노라이프
알 코리아나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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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라이프. 인생이 없다는 의미일까? 단순히 제목만 보고 의미를 해석하기 쉽지 않다. 이 단어를 작가는 우리가 아는 단어와 연결한다. 오타쿠, 히키코모리 등이다. 물론 이것도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빠진 그들이 사회와의 관계와 자신을 잃어가는 현실을 생각하면 좀더 쉬울까? 그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 남들이 만들어놓은 재미나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삶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것을 정보와 기억과 기록 등의 왜곡으로 연결시키면 어떨까? 

기억과 추억에 대해 우리는 강한 자신감을 가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억들은 많이 떠올릴수록 변화가 심해진다.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과거를 조금씩 손질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길어지면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강하게 남게 된다. 만약 여기에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내가 바라는 것을 같이 한 것처럼 이야기한다면 어떨까? 처음에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말한다면. 아마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렇게 기억은 왜곡되어진다. 그래서 정확한 역사의 기록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좀더 쉽지 않을까?

왜 갑자기 기억과 기록을 말할까? 이 소설 속 주인공이 바로 만들어진 기억을 가지고 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와 텔레비전에 빠져 공동체 삶에서 자기 찾기를 포기했다. 물론 생각은 끊임없이 한다.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눈물도 흘린다. 그런데 이것이 모두 만들어진 기억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영화 <토탈리콜>에서 주인공이 상대조직에 잠입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 영화가 한 번에 기억을 조작했다면 소설은 차곡차곡 쌓인 데이터를 통해 조금씩 이루어진다. 한 개인의 동선과 반복되는 소비 형식을 파악하면 하나의 인물이 만들어진다. 정보의 축적은 디지털 세상에서 가상의 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것을 반대로 돌리면 어떨까? 에이~ 너무 복잡하다.

이틀 전 만 서른다섯이 된 나는 경찰에 잡힌다. 흰 셔츠에는 피가 묻어 있고, 앞 탁자에는 권총 매그넘이 놓여 있다. 매우 심각한 일을 저질렀다고 말한다. 의문을 불러오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놓았다. 그리고 이틀 전으로 시간을 돌린다. 그의 반복적인 삶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매주 일곱 편의 영화, 매일 다섯 시간의 온라인게임, 하루 최소 여섯 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한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동시에 할 때도 많다.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변화가 찾아온다. 두 번째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현실이 이어지는 과정 속에 과거가 현실로 달려오는 구성이다. ‘왜와 어떻게’에 대한 답을 과거로부터 찾아오는 방식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성이다. 왜 그는 살인을 한 듯한 상황에서 형사에게 체포되었을까? 새로운 삶을 살려는 그의 의지가 어떤 변화를 겪었기에 이런 무시무시한 상황으로 이어졌을까? 처음에 든 생각들이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놀라운 가까운 미래의 풍경은 낯설지만 익숙하게 다가온다. 현실을 조금 더 극단으로 밀고 갔기 때문이다. 마약을 의사들이 처방하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합병되고, 모두가 스마트폰 이상의 기계를 들고 다닌다. 

이 미래의 풍경만을 보여줬다면 심심한 소설이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작가는 스릴러적인 요소를 섞어놓았다. 첫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현실이 이어지면서 그가 한 행동에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암시한다. 단서는 과거 속에 있다. 이 과거는 화자가 결코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완전히 새롭게 뒤바뀌는 것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영화 <매트릭스>가 생각날 정도다. 영화 <트루먼 쇼>의 한 설정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곳곳에 낯익은 장면이나 설정이 눈에 들어오는데 더 찾으면 상당히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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