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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의 눈 - 위대한 탐험가가 남긴 경이와 장엄의 기록
퍼거스 플레밍.애너벨 메룰로 엮음, 정영목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위대한 탐험가가 남긴 경이와 장엄의 기록이란 부제와 함께 한 남자의 사진이 시선을 끈다. 어린 시절 누구나처럼 탐험은 위대한 환상이자 로망이었다. 먼 곳으로 떠나지 못하니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겼고, 만화나 영화 등을 통해 만난 모험가는 존경의 대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별 볼일 없고 유치한 곳들이지만 그 당시는 그 무엇보다 무섭고 긴장되며 환상을 불러오는 모험이었다. 자라면서 책 속에서 만난 탐험가의 이름과 업적은 지금도 강하게 머리 한 곳을 차지한다. 몇몇 탐험가는 허위로 밝혀지고 과장되게 평가된 업적이 수정되기는 했지만.
모두 61명의 탐험가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후 남긴 54편의 탐험기가 실려 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모험가를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탐험가 중 처음 듣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학창 시절 배우고 읽은 책들 대부분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인물들 중심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평가가 약한 인물은 자연스레 낯설다. 이런 종류의 책을 만날 때 늘 경험하는 일이지만 부족한 지식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낀다. 특히 이 탐험기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생각할 때는 더욱 그렇다.
편집자 서문에서 “불가피하게 누가 탐험가이고 누가 아니냐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탐험가의 정의는 ‘새로운 탕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발견은 무엇이고, 새로운 땅은 무엇인가?”(8쪽)라고 묻는다. 어느 정도 서구의 시각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아직 오리엔탈리즘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편집자들은 “탐험가란 미지의 땅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 르포르타주를 쓰는 것보다는 조사를 이유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며, 최초로 그렇게 한 사람에게 우선권을 주었다.”(9쪽)고 정의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머릿속에 꼭 담아둬야 할 대목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편집자들이 한 것은 탐험가들의 기록을 발췌해서 나열한 것이 전부다. 탐험가에 대한 간략한 해설이 각 탐험기 앞에 나오지만 본문은 탐험가들의 기록이다. 그들이 듣고 보고 기록하고 그리고 촬영한 것을 선별하여 실었다. 당연히 글들은 각양각색이다. 쉽게 읽히고 해석되는 글도 있지만 너무 장황한 묘사 때문에 집중력이 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이 탐험가들이 직접 쓴 글이다. 결코 평탄하고 쉽지 않았을 탐험 도중에 그들은 잠깐 틈을 내어 기록한 것이다. 이 부분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탐험 도중 죽고, 그 후 후발대에 의해 기록이 발견되어 알려졌을 때는 더욱더.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매력은 그림과 사진들이다. 글은 앞에서도 말했지만 지루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전체가 아닌 일부만 발췌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가끔 탐험가의 기록에서 처절함이나 공포, 또는 이상할 정도의 여유를 발견해서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사진이 내용을 압도한다. 낯설고 위험한 곳을 담아낸 한 장의 사진은 수많은 글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사진에 눈이 빨려 들어가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멋지다, 대단하다, 저랬구나 등의 감탄사를 토해낸다. 어쩌면 이런 사진 때문에 글에 더 집중을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탐험가들이 왜 이런 위험한 일을 할까? 등산가에 산을 왜 오르냐고 물으면 그곳에 산이 있기 때문이란 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단순히 이 일을 즐기기 위해서, 삶이기에 그렇다는 의미다. 꽤 많은 탐험가들이 이 일을 즐기기도 하지만 호승심이 강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세계최초, 인류 역사상 처음 등과 같은 수식어는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조금씩 나오는 국가 간, 개인 간 경쟁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죽음을 불사하고 달려가게 한다. 이때도 그들은 기록을 남긴다. 바로 그 결과물의 집합체가 바로 이 책이다. 탐험가가 가지 않은 곳은 없다. 지구의 가장 높은 곳과 가장 깊은 곳을 넘어 달까지 가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