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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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노보우의 성>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기자기한 이야기 구성에 개성 강한 캐릭터를 내세워 읽는 즐거움을 줬다. 그러니 이번 작품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제목만 본다면 왠지 무협의 느낌이 난다. 야구 소설이라면 왼손 투수가 떠오르겠지만 시대 배경은 센고쿠(전국)시대다. 사실 일본 역사에 정통하지 않다보니 센고쿠 시대가 어디쯤인지 모른다. 이야기 중에 나온 해설을 보면 그 유명한 오다 노부나가가 20세 정도였던 것을 생각하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보통 어떤 시대인지 몰라도 이야기에 몰입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렇지만 이 시대는 조총이 전쟁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전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조총의 위력과 가치를 잘 몰랐다. 이것을 가장 잘 활용한 인물이 오다 노부나가다. 시대 배경은 바로 노부나가가 3열로 조총부대를 꾸려 전국을 휘어잡기 바로 얼마 전이다.

노부나가 이야기를 해서 그가 이야기에 중심적으로 등장할 것 같지만 아니다. 때는 1556년 전국시대. 각 영지의 다이묘들 싸움이 끊이지 않던 시기다. 그중 도자와 가문과 고다마 가문이 싸운다. 병사의 수 등을 생각하면 도자와 가문이 밀려야 하나 이 가문에는 공로 사냥꾼으로 불리는 한에몬이 있다. 물론 고다마 가문에도 기베에가 있다. 하지만 무게의 추는 한에몬 쪽으로 기운다. 이런 개인 역량 차이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한에몬이 처한 상황이다. 도자와 가문을 앞으로 이을 즈쇼가 해방꾼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공적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가문의 병사를 위태롭게 만들지만 한에몬의 존재로 위협은 벗어난다.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원제는 <고타로의 왼팔>이다. 고타로는 열한 살이다. 등치만 본다면 맹장 한에몬에 뒤지지 않을 정도고 청소년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소년 왠지 허술하다. 너무 착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다. 할아버지와 둘이 함께 사는데 이런 괴롭힘을 받으면서 그들과 어울리고 싶어한다. 아이의 마음이다. 이 마음 때문에 그가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쳐내지 못한다. 거기에 중요한 요인 하나. 그것은 이 아이가 왼손잡이란 것이다. 보통의 조총은 오른손잡이용이다. 겨냥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가 왼손잡이 조총을 쥐고 쏘았을 때 신의 왼팔이 된다. 그리고 그 자신도 모르게 주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뒤흔들리기 시작한다.

병기의 발전과 시대의 흐름은 늘 적응의 문제를 불러온다. 이 시대 무장들은 조총을 그렇게 무시무시한 무기로 보지 않았다. 그 무기를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몰랐고 이전의 가치관에 휩싸여 있었다. 무사가 보여주는 용기와 기백은 적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바로 이 때문에 한에몬이 적진을 향해 달릴 때 적들이 도망가는 것이다. 덕분에 그의 무공은 더 높아진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 벽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가 무사의 자존심과 명예를 버리는 계기가 있다. 바로 부하들의 생존이다. 살기 위해 인육까지 먹는 그들을 보았을 때 그 자신도 어느 정도 괴물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것이 다른 괴물을 전장으로 불러오게 되지만.

시대와 재능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시대를 제대로 만나지 못한 재능은 그냥 신기할 뿐이지만 때를 만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한에몬의 재능이 시대의 변화 속에 그 끝자락을 차지한다면 고타로의 재능은 새로운 시대를 보여준다. 바로 저격수로서의 재능이다. 물론 무사로서 한에몬의 재능은 탁월하다. 하지만 그의 가슴 속에 자리한 무사 정신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고타로의 재능도 너무 빠른 것인지 모른다. 너무나도 위협적이고 강렬해서 주변이 공포에 잠기고 없애려고 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현대라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쉽게 땄겠지만.

단숨에 읽히는 매력은 변함없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캐릭터의 개성이 부족하고 이야기 전개는 조금 단순한 느낌을 준다. 노보우의 개성이 너무 강해 그런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해설자로 등장해 시대를 설명하는 부분은 조금 어색한 기분도 들지만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고타로의 경이적인 사격술에 대한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왜냐고?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빠른 속도감과 가지를 많이 친 전개는 몰입도를 높인다. 작가의 또 다른 소설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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