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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 상.중.하 세트
꼬마비.노마비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네 컷 만화로 스릴러를 그려내었다. 처음 이 책에 눈길이 간 것은 작가에 대한 나의 착각 때문이었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한다. 그리고 특이하고 강렬한 제목도 한몫했다. 책을 받고 이리저리 넘겨보는데 어! 하고 놀랐다. 네 컷 만화였기 때문이다. 이미 받은 책이니 빨리 읽자 생각하고 펼치는데 처음부터 강렬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대로 몰랐기에 혹시 단편집인가 하고 생각도 했다. 그런데 차분하게 읽어나가니 하나로 이어진다. 특이한 구성과 전개다. 단숨에 상권을 다 읽은 후 이야기 속에 등장한 인물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상, 중, 하 세 권이다. 상권 표지는 빨강, 중권은 파랑, 하권은 보라다. 저자와의 대담을 보면 붉은색이 이탕의 단죄, 푸른색이 법치, 보라색이 혼란 혹은 복잡이란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는 ㅇ 속의 캐릭터가 그것을 나타내준다. 읽을 때는 몰랐는데 대담을 읽고 찾으니 보인다. 물론 각 권에 등장하는 분량도 색에 따라 다르다. 처음 연출할 때부터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의 단순 착각인지는 더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각각 다른 캐릭터들이 치밀하게 계산된 상태에서 등장한다는 것이다. 우연한 관찰자가 사연을 가지게 되고 또 다른 관계를 맺는 것 같이.
크게 흐름을 이끌어가는 인물은 연속살인을 하는 이탕과 형사 난감이다. 중간 이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둘이 예상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준다. 연속살인자 이탕의 사이드 킥인 노빈이나 또 다른 살인자 송촌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 네 명은 서로가 엮여 있다. 이 엮인 관계와 이어지는 살인들이 잠시도 긴장감을 풀지 못하게 만든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관계 속에 밝혀지는 사연들은 뒤끝이 찜찜하다. 내가 알고 사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현실과 내가 하는 살인이 정의를 대변한다는 착각 등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 이탕이 살인을 하는 것도 우연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뒤로 가면 이것은 필연이 된다. 탕이 지닌 능력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가 죽인 인물들이 보통의 선량한 사람들이 아닌 패악무도한 살인자들이기 때문이다. 상권에 그가 연속살인자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피해자의 과거도 같이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흔히 ‘그놈 잘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상황을 만든 것이다. 거기에 살해당한 피해자에게 강간당한 후 자살한 여학생의 아버지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감정들은 이것을 더욱 강화시킨다. 이것은 역설적으로 살인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네 컷 만화지만 잘 짜인 구성과 이야기는 소설 그 이상의 재미를 준다. 귀여운 그림체 뒤에 숨겨진 사연과 살인과 상황들은 순간적으로 섬뜩함을 느끼게 만든다. 증거를 둘러싼 두 살인자의 현실은 이 만화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은유로 읽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간중간 숨겨진 세부사항과 사회 현상에 대한 풍자는 현실의 적절한 반영이다. 법이 가진 자 편에서 힘을 발휘하는 현실에서 증인과 증거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정의와 진실을 외쳐도 막힌 통로를 통해 필터링이 되는 현실에서는 더욱더. 하지만 아는 자들의 노력으로 시간의 틈 속에서 그 정의와 진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비록 바라는 것 같은 현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해도.
이 만화는 올해 읽은 수많은 스릴러 소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네이버 카툰으로 연재되었다고 하는데 그 때는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아마 그림체 때문에 읽지 않았을 가능성이 많다. 만화 결말은 조금 다르고 외전은 카툰에 없었다고 한다. 매일 혹은 매주 몇 번씩 조금 올라오는 것을 보는 것과 책으로 한 번에 다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다. 한 편으로 완결되는 이야기가 아니고 네 컷 만화임을 생각하면. 이탕의 진화가 보여주는 변화는 익숙해진다는 것이 주는 무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의 인터뷰에 영웅들의 커스텀은 허세라고 말하면서 진짜 무서운 강도는 법을 사용한다고 할 때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영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