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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가든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미로 시리즈 유일한 단편집이다. 모두 네 편이 실려있다. 표제작 <로즈 가든>을 제외하면 1993년~5년 사이에 발표한 작품들이다. 미로 시리즈는 번외 편인 <물의 잠 재의 꿈>을 포함하여 모두 다섯 권이다. 현재까지 그 중 네 권을 읽었다. 마지막 작품인 <다크>를 남겨두고 있는데 다 읽고 나면 아쉬울 것 같다. <다크>에서 무라젠의 죽음이 나온다는 것을 듣고 가슴 아파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하지만 미로와 무라젠의 매력을 맛본 사람이라면 끝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번역 출간된 것이 <다크>임을 생각하면 말이다.(실제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번역된 것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지만 시리즈 완간한 비채에서 가장 먼저 출간한 작품은 <다크>다.)
해설을 보면 가장 나중에 출간된 단편이 표제작 <로즈 가든>이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미로의 자살한 남편 히로오가 주인공이다. 그를 통해 본 미로의 과거는 낯설고 위태롭고 굉장히 자극적이다. 작가는 두 개의 시간을 다룬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에서 서비스를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고, 과거는 미로의 첫 만남과 이별이다. 특히 미로의 과거사는 굉장한 충격을 주는데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지어낸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읽으면서 허구라는 생각이 더 들었지만 히로오에 감정 이입되는 동시에 떨어져 나오면서 약간 혼란이 생겼다. 이 간결한 이야기가 머릿속 기억을 헤집게 만들고 다음 이야기에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이 단편에서 미스터리는 아마 이 이야기의 진실 여부가 아닐까?
<표류하는 영혼>은 자살한 여자의 약령을 다룬다. 이 시리즈의 성격 상 악령은 당연히 가짜다. 그녀가 살고 있는 맨션에 등장한 이 악령은 한 여자의 자살에서 비롯했다. 조그만 맨션 안에 뒤엮인 관계가 풀려나오는데 소소한 재미가 있다. 소품으로 미로의 성격 등이 잘 드러나 있다. 과연 악령의 정체는 무얼까? 왜 그런 악령이 등장했을까? <혼자 두지 말아요>는 사랑 이야기다. 중국 접대부를 사랑한 한 남자가 사랑을 확인하고자 하면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너무나도 예쁜 중국 접대부 애인의 마음을 확인해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한 남자가 한다. 당연히 의뢰 거절이다. 그리고 곧 그가 살해당한다. 이 의뢰 거절에 미안함을 느끼고 가슴 아파한 미로가 사건을 수사한다. 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는 신주쿠의 풍경은 낯설다. 꼬인 관계는 감정의 혼란과 믿음 부족 등으로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드러나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현실을 담고 있다.
자신들이 몰랐던 딸의 숨겨진 과거를 아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랑의 터널>의 첫 장면이 딸의 죽음으로 숨겨진 과거를 안 부모에게서 시작한다. 딸 메구미는 타고난 재능으로 SM클럽의 여왕으로 불렸었다. 부모는 딸이 살았던 집에 가서 그 흔적을 모두 없애달라고 미로에게 요청한다. 그런데 이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한 미로의 행동이 한 발 늦었다. 다음날 간 그 집은 이미 누군가가 온통 헤집어 놓은 상태다. 쉽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의뢰가 이제는 단순 사고로 알려졌던 사건을 재조사하는 수순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짐작했던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설명은 현실이 지닌 무거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미스터리적인 재미가 가장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