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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바보를 기다리며 -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
손석춘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손석춘 씨를 처음 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인터넷 한겨레신문을 통해 그의 글을 만났고, 메일 형식으로 보내온 글을 통해 그를 인식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삐딱한 나에게 그의 글은 통쾌했다. 아니 사회를 새롭게 보는데 도움을 주었다. 기자 손석춘을 소설가 손석춘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 <아름다운 집>이었는데 이 소설을 읽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기자가 소설을 쓴다는 것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한 편으로 완전히 깨졌었다. 이후 흐지부지된 메일 주소와 다른 관심사로 자주 그의 글을 읽지 못했는데(그 사이 단행본 두세 권을 더 샀으나 읽지 않았다) 최근에 즐겨듣는 ‘나는 꼼수다’ 덕분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꼼수다’와 이 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최근 이 팟캐스트로 정치에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아니 디테일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책에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나꼼수’도 오고가는 차 안에서만 듣는다. 점점 이 분야에서 게을러지고 있다. 일 년에 몇 권 읽지 않는 사회, 경제, 정치 분야 책을 생각하면 이 책의 선택은 분명 잘한 선택이다. 예전 추억도 떠올리고 논설위원이었던 그의 날카로운 분석을 다시 접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글 속에서 새로운 정보 몇 개와 잊고 있던 역사의 단면들을 만나게 된다. 반갑고, 부끄럽고, 안타깝고, 속 타는 그 순간들을 다시 만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새롭게 쓴 것이 아니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쓴 글들을 모은 것이다. 정치, 경제, 언론, 미래 등 네 파트로 엮어 놓았다. 부제에 ‘2012년, 그날이 오기 전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대한민국 이야기’라고 써놓았다. 제목도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비판적으로 옹호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공과 실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평가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이명박 정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누구의 표현을 빌리면 공이 거의 없어 실만 말해야 하지만.
정치 파트에서는 이명박 씨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여 우리 정치판의 어두운 부분을 날카롭게 꼬집고 비판한다. 짧은 글들이다 보니 자세한 정보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핵심을 짚어가는 통찰력이 곳곳에서 보인다. 잊고 있었고 의미를 잘 몰랐던 현실들을 되짚어보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 정치가 주는 어둠을 완전히 거둬내지는 못한다. 단지 희망의 싹을 보고 변화의 가능성에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는 정도에 머문다. 물론 그의 말처럼 나의 공부와 실천이 변화의 밑거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 파트로 가면 역시 삼성과 만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삼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조.중.동 등의 언론을 통해 보게 되는 삼성의 이미지보다 뒤에 숨겨진 사실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이명박 가카 위에 있는 이건희라는 글에 고개를 끄덕인다. 엄청난 경제 사범인데 너무 쉽게 사면을 받고 다시 언론의 환대와 칭송 속에 무대 앞으로 나온다. 그들이 어떻게 언론플레이를 하는지 선배와의 대화로 알고 놀랐었다. 이 일련의 과정과 포탈사이트 삼성관련 기사 등을 보면서 이 엄청난 기업의 좋은 점보다 나쁜 점에 더 눈길이 간다. 나의 네거티브한 이성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언론. 한국에 제대로 된 언론이 있느냐 묻는다면 바로 답하기 쉽지 않다. 특히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언론의 기사를 그대로 믿은 적이 있다. 교묘한 논조와 주장은 뒤에 감춰진 의도에 따라 나를 뒤흔들었다. 그러다 그들이 어떻게 여론을 반영하지 않고 여론을 조작하는지 보면서 왜 조,중,동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 최근 신재민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재계와 언론의 부패 밀월관계는 깊고도 넓다. 언론 장악을 위해 그들이 지금까지 해온 행동들이 얼마나 무섭고 악착스럽고 반민주적인지 알게 되면서 또 다시 희망의 불씨에 대한 회의가 생긴다. 그런 신문을 읽고 신봉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알기에 더욱 그렇다.
미래는 나를 비롯한 기성세대와 청춘들의 몫이다.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나부터 바뀌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실천해야 한다. 공부해야 한다. 힘들다고 포기하는 순간 미래는 점점 사라진다. 불과 몇 년 전 촛불에서 미래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고 좋아했는데 그 기운과 열정이 점점 사그라지는 것 같다. 이 기운과 열정과 바람을 기성 정치인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게 기득권을 버리라고 했지만 그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진보대통합을 외치고 가능성에 더 많은 눈길을 주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없지 않는가.
저자의 글 한 편 한 편을 읽으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정치와 사회뿐만이 아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순우리말은 오랜만에 나로 하여금 사전을 찾아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 단어의 쓰임새가 너무 자주 나와 낯설게 느껴지는데 그것은 그만큼 나의 순우리말 실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언제부터인가 영어와 외래어를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반성하고 줄일 필요성을 느낀다. 그런데 저자의 순우리말 쓰임새와 달리 목차를 ‘파트’로 나눈 것은 조금 아쉽다. 조금 더 세심하게 편집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