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재발견 - 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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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언제부터인가 나에게 꼭 공부해야할 숙제와도 같았다. 학창시절 그의 <목민심서>를 사서 읽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아직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소설 <목민심서>는 읽었지만 이 둘은 분명히 다르다. 그 이후 계속해서 다산에 대한 글을 만나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제대로 그의 글을 읽을 기회가 없었다. 단편적인 시나 글을 읽을 기회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다산 지식 경영법>을 썼고, 다른 책들로 이름난 정민 선생의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다산 지식 경영법>을 샀지만 아직 읽지 않았고 저자의 다른 책도 몇 권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기회는 소위 말하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하지만 책 내용은 나의 생각과 조금 달랐다.

기대했던 책 내용은 다산과 그의 저작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해석이다. 그런데 이 책은 “4년 넘게 몰입해온 다산 관련 논문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머리글로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논문들이 다산 관련 자료의 새로운 발견과 발굴로 더 발전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 글들은 대중적인 부분이 상당히 부족하다. 다산의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지 모르지만 나처럼 입문하거나 좀더 쉬운 해설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가장 쉽게 읽은 부분이 서설에서 다산의 자취를 찾아 헤맨 여정을 다룬 부분이었음을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이 부분이 저자가 어떤 사연과 노력을 통해 다산의 새로운 부분을 발견했는지 알려주면서 관심을 끌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두꺼운 책의 재미를 알려주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부제로 ‘다산은 어떻게 조선 최고의 학술 그룹을 조직하고 운영했는가?’란 글이 나온다. 처음에는 그냥 무심코 봤다. 그런데 책 내용으로 들어가면서 다산의 수많은 저작들이 단순히 혼자만의 작품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제자들의 초서가 있었기에 가능하고, 그의 교학 방식과 맞춤형 교육에 의해 이루어졌음을 알았다. 저서에 제자들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에서 현대의 학자들이 제자나 타인의 논문을 빈번하게 도용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과 비교된다. 이 내용을 다룬 1부는 개인적으로 아주 흥미로웠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새로운 자료 발견 등에 의한 논문 형식을 가지면서 딱딱함이 그대로 전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말이다.

이어지는 논문들도 그냥 스치고 지나가기에는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 그와 관련된 서책과 편지와 시 등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한국 다도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초의 선사나 추사 김정희 같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인물이 이 두꺼운 책의 중심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눈이 번쩍 떠이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 불가와의 교유를 통해 조금은 색다른 다산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불교의 자료를 통해 다산초당의 사계와 일상을 엿보게 되었다는 사실은 기존의 다산 이미지에서 진일보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3부로 와서는 다산의 공간 경영과 생활에 대해 다룬다. 이상주거론을 읽으면서 이런 집에 나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주거 주변을 이용해 경제적 가치가 있는 활동을 펼친다는 내용에서는 왜 다산인가에 고개를 끄덕인다. 문장으로 된 다산초당의 모습을 머릿속에 재현하기는 사실 쉽지 않았지만 분명히 현재의 다산초당과는 다른 모습이었음을 알았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유적은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역사와 인물을 이해하는데 방해만 될 뿐임을 다시금 느낀다. 강진에서 낳은 딸 이야기는 시대와 상관없이 그 흔적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은 다산의 글도 있지만 아들과 제자들의 글이 더 많이 다루어진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이인행과 남북학술논쟁인데 나의 생각과 공부 방식을 더 다듬을 필요를 느낀다. 뒤로 가면서 다산보다 관련자의 글로 다산의 삶과 흔적을 따라가게 되는데 조금은 밋밋하게 읽힌다. 하지만 역사 속에 존재했던 인물이나 유적이 시간의 흐름 속에 스러져갈 때 나의 현재를 돌아보게 만든다. 많은 부분에서 너무 심한 분석과 내용으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어떤 말을 덧불일까 고민된다. 지금 당장 이 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조금 더 저자의 글이나 다산의 글을 읽는다면 더 깊고 넓은 이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 아직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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