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블러드 차일드
팀 보울러 지음, 나현영 옮김 / 살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한 소년이 길에 누워있다. 사방이 온통 잿빛이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그에게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들리지만 말을 할 수 없다. 그 앞에 한 소녀의 영상이 보인다. 그런데 목소리와 영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아무런 고통이 없다. 그러다 한 단어를 내뱉는다. 소녀는 이 소리에 놀란다. 소년은 살아있다. 살아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엄청난 고통이 생긴다. 그 소녀는 사라지고 구급차가 와서 그를 살린다. 이렇게 독자는 윌과 처음으로 만난다. 이 사고는 윌에게서 과거를 빼앗아가고, 그가 잊고 있던 과거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다섯 살 소년이 기억을 잃어버렸다. 이 아이의 과거는 그가 집으로 가는 과정에 결코 순탄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윌의 부모는 기억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자기들을 엄마, 아빠로 불러달라고 부탁하고 윌은 이것을 허락한다. 집에 도착해서 마주한 자신의 방은 낯선 이미지와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시선에 대한 조그만 답을 얻는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은 결코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그의 환영과 말들이 그들을 두렵게 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다른 사람들을 불안과 두려움에 잠기게 했던 환영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윌에게 나타나는 한 소녀의 이미지와 그림자들은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의문을 품게 한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에 뭔가 잘못된 일이 있다고 그가 말하지만 정확한 실체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 자기만의 환상에 빠져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그의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에게 한 소년의 미친 짓 그 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다 발생한 사건들 중 방랑 노숙자 크로의 죽음이 반전의 계기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편의주의에 묻히고 만다. 윌이 본 환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는 사람들과 그 환상 때문에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윌의 관계는 갈등을 만들어내고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윌이 본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금방 짐작하게 만든다. 마을과 관련된 추악한 비밀은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 실체가 벗겨진다. 하지만 드러난 실체 뒤에는 또 다른 숨겨진 비밀이 있다. 윌에 대한 정체불명의 사람들 공격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서, 그 자신도 그 환상의 의미를 모르는 상태에서 의문과 호기심만 깊어질 뿐이다. 그 환상은 윌이 가진 능력 때문에 생긴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윌을 선택했을까? 윌 가족의 과거를 생각하면 윌의 능력이 먼저일 것 같다. 하지만 이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한 소년이 본 것을 환영으로 몰아가며 무시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마을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의 반응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라도 누군가 이런 말을 외치고 다닌다면 그렇게 반응했을 것이다. 정확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한 소년의 환영을 믿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소년이 보는 환영과 그 이면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밝혀내는 이야기다. 환영과 소년의 교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왜일까 의문이 생긴다. 좀더 빨리 정확히 밝혀졌다면 윌의 고통이 좀더 줄었을 것이다. 아름다운 마을에 끔찍한 잘못이 있다고 말하는 소년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을 소설은 많이 생략했다. 윌이 지나갈 때 시선과 반응으로 한정시켜 그들과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부모와의 갈등과 이해부족 등이 더 중심에 놓여있다. 윌을 노리는 정체불명의 사내들도 역시 사건의 중심에 있지만 윌의 부모나 경찰에게 환영으로 다가간 것은 예상외의 전개다. 오히려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환영의 정체에 대해 고민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