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만약...했다면’이란 가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설 속이라면 다르다. 이 가정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펼쳐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 속 천재 음악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현재 독일에 타임슬립해서 나타난 것은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그가 현대 음악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음악을 작곡할지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은 어떤 기대 심리를 만들고, 그 기대는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낸다. 모차르트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현대 독일로 타임슬립한다. 200년 전 인물이 현대에 도착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이미 수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었다. 그렇지만 이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 주는 재미는 변함이 없다. 그것은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고 있기에 예측하는 즐거움을 주고 동시에 우리가 얼마나 편한 세상에 살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경험한 시대와 직업 등이 현대 과학이나 문화 등과 어떤 결합을 이룰지 상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모차르트라면 당연히 음악이다. 이 소설 이전까지 모차르트가 레퀴엠을 완성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죽은 후 제자가 완성했다고 한다. 이 작품에 대한 평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작가의 불만이 소설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고전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나에게 이런 지식은 낯설지만 흥미로운 것은 분명하다. 현대로 타임슬립한 후 가장 먼저 레퀴엠의 나머지 부분을 작곡하는 모차르트를 보여준 것도 이것과 관계있을 것이다. 물론 일차적인 반응은 그가 현대 화학제품과 문명 이기에 대한 놀라움과 사후 세계로 착각하는 부분이다. 과거 인물이 현대에 갑자기 타임슬립했을 때 낯설고 놀라운 물건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 부분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따라 몰입도가 달라지는데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놀람과 공포의 감정 속에 감탄을 자아내는데 이것은 우리가 미래로 갔을 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며칠 전 읽은 소설에서 불과 20여년 전 컴퓨터 하드디스크 용량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을 생각하면 모차르트가 현대에서 받은 경이로움은 이것의 수십 수백 배는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모차르트와 락 음악의 조우를 기대했다. 그런데 고전 음악과 재즈의 결합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즈의 즉흥 연주가 우리가 알고 있던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함과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기본 관계 위에 새로운 일들과 음악에 대한 관심과 이해와 발전을 그려내는데 어느 부분에서는 나의 얕은 지식이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한다고 해도 그 재미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읽으면서 나만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간략하게 멋대로 만들 수도 있다. 모차르트를 현대로 데리고 왔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중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음악임을 생각하면 그 흐름은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한다. 모차르트가 현대에 와서 머문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1년 정도 머물렀는데 그는 현대의 놀라운 연주 실력과 새로운 음악과의 만남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음악을 작곡한다. 그가 처음에 레퀴엠의 마지막 부분을 작곡한 것은 음대 학생의 눈에 띄어 세기의 발견이 되고, 먹고 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아서는 우리가 작곡가 때문에 잊고 있던 연주가 모차르트가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환상을 제공했던 재즈바의 즉흥연주 장면은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떤 음악이 흘러넘칠까 하는 기대로 흥분이 될 정도였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고 안타까운 일도 많다. 작은 키와 현대와 맞지 않는 패션 감각은 뛰어난 연주 실력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시선을 받지 못하고, 그가 작곡한 음악은 출판사에서 너무 모차르트답다고 퇴짜를 맞는다. 자신의 이름이 있는 음식들에 열광하고, 그의 사후 작곡가들에 대한 평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그가 모차르트라고 했을 때 단순히 웃자고 반응하는 사람들과 달리 이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한 여인 때문에 불안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그가 작곡한 수많은 곡들이다. 이 곡들을 기록한 노트가 누구에게 갈 것인지, 이 음악들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까 하는 상상이다. 만약에서 시작하여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