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인의 항아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1
오카지마 후타리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1989년 작품이다. 가상현실을 다루고 있는데 이 때문에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시간적으로 보면 상당히 앞선 작품이다. 이 당시나 이전에 가상현실이나 아바타 등을 다룬 sf소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하면 뭐 특별한 것이 있을까 싶다. 그런데 제목처럼 가상세계와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전개 때문에 색다른 느낌과 재미를 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과연 마지막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발점인지는 각자에게 열려 있다. 만약 이 세계를 더 즐기고 싶다면 또 다른 세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저작권 사용 계약서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 계약서가 의미하는 바를 음미하기 전에 도망치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산속 낡은 건물로 숨어든 그는 자신이 꼬리를 삼키는 뱀 같다고 느낀다. 이 바로 앞에 이 계약서가 진짜임을 강조하는 글들이 나온다. 왜지? 그리고 단지 게임 계약을 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도망을 다니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바로 과거 속 이야기로 들어가서 그의 경험을 들려준다. 이 모든 일들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말이다.

주인공 우에스기는 게임북 공모전에 브레인 신드롬이란 작품을 제출한다. 분량 초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진 업체가 나온다. 바로 입실론 프로젝트라는 게임회사다. 이 소설 제일 앞에 나온 계약서의 당사자다. 예상하지 못한 계약과 함께 그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기계를 만나게 된다. 프로토타입으로 불리는 장갑이다. 그런데 이 장갑 정말 대단하다. 현재의 기술로도 구현이 불가능할 것 같은 놀라운 현실감을 준다. 이 놀라운 경험을 한 후 1년 반 정도 회사에서 연락이 없다. 혹시 게임 개발은 없어진 것일까? 계약금을 모두 받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원작이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을 보고 싶다.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던 그에게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 개발이 완료되었다고 말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게임은 클라인-Ⅱ로 불린다. 회사는 원작자인 그에게 테스트 플레이어가 되어주길 바란다. 프로토타입이 손만으로 가상 경험을 하게 한다면 클라인-Ⅱ는 전신을 덮으면서 가상현실로 인도한다. 이 놀라운 기술은 게임 속으로 사람을 데리고 가서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하게 한다. 인터넷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것 이상의 엄청난 기술이다. <인셉션>의 세계와 비교한다면 조금 비슷할까? 그런데 이 개발이 완전하지 않다. 오류가 생긴다. 물론 이런 오류를 잡아내기 위해 그를 데리고 왔지만 이상하다. 이것은 다른 테스트 아르바이터 리사와 연결되면서 더욱 의심을 불러온다. 게임의 새로운 방향도 만들어지지만 말이다.

가상현실을 다루는 작품들이 많이 보여주는 설정을 이 소설도 따라간다. 무엇이 먼저인지는 논외로 하고 이 설정이 얼마나 독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충분히 얻었다고 본다. 물론 중간에 허술한 트릭 하나를 발견하고,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일부를 예상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흩어버림으로써 열린 결말을 만들어 독자의 상상력을 키웠다. 내가 기억하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아니면 만들어진 현실인지 묻게 만들면서 심하게 비약하면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나도 현실인지 의문을 품게 한다. 뭐 이런 작품을 볼 때면 늘 생각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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