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모던뽀이들 -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작년이 이상 탄생 100주년이었다고 한다. 아마 작년에 이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가수 조용남이 이상에 대한 책을 내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나의 기억력은 참으로 형편없다. 이 책이 기획된 것도 바로 이상 100주년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일간지에 연재된 것이다. 물론 완성은 그 후로도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갔다. 한 인물과 시대를 조명하는 작업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이 이상 연구서도 아니고 그의 전기적 사실들을 재구성하는 평전이 아니다고 해도 말이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난 것은 각각의 제목이 한글로는 이상이지만 한자로는 다른 글자다. 이 언어유희가 의미하는 바를 탐색하는 것도 상당한 즐거움일 테지만 나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산책자다. 또 발터 벤야민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부제가 ‘산책자 이상 씨와 그의 명랑한 벗들’임을 생각하면 더 쉽다. 1930년대 경성을 돌아다닌 모던뽀이들의 삶을 이상을 중심으로 펼쳐낸 이 책에서 산책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산책은 근대의 선물이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시에 산책자들이 출현하는데, 산책자란 거리의 풍경속에 스민 현란한 빛과 소리들을 통해 ‘근대’를 호흡하고 그것을 채집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산책은 현실적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기, 존재론적으로는 활발한 자기방기, 신체적으로는 느슨한 노동이다.“(329쪽)라고 정의한다. 산책자 이상이란 부제가 정말 잘 맞는 단어 선택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 어떤 노동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결핵을 고치기 위한 노력도 없어 보인다. 단순히 시대를 잘못 만났다고 하기에는 그의 삶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상은 천재다, 라는 문장을 자주 본다. 지금도 그의 시나 소설을 읽으면 난해하다. 이 책 속에서 해설해놓은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할 것도 같은데 결코 쉽지 않다. 학창시절 이상이란 명성 때문에 그의 전작을 읽은 적이 있다. 단지 문장만 읽었다. 그렇게 이상은 나에게 이해 이상의 존재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아마 얼마가지 못해 포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상 해설서를 같이 놓고 차분하게 설명을 보면서 읽는다면 그의 명성에 공감하겠지만 처음 오감도가 신문에 연재되었을 당시 독자들을 조금은 이해한다. 뭐 읽지 않으면 그만이지 않나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이상 연구서도 평전도 아니라고 하지만 이상과 그의 동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일세의 귀재이자 아직도 난해함 그 자체로 남아 있는 그에게 한 발 다가가는데 비교적 쉬운 책이다. 그리고 동시에 1930년대 경성의 문인사회를 살짝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중심이 되는 인물들이 이상과 관련된 구인회에 대부분 한정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인물 한 명 한 명이 한국 근대 문학의 거장임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이상의 삶을 현실 속에서 들여다본 것은 상당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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