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리문학 중 돌풍을 일으킨 작품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다. 자주 가는 추리소설 카페에서 이 작품에 대한 호평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 작품은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라고 한다. 기왕이면 시리즈를 순서대로 읽기 좋아하는 나에게 약간은 주춤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너무 친한 친구들>이란 작품이 나왔다. 이것도 시리즈 두 번째다. 조금 고민한다. 그래도 그 앞 작품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을 생각하면 차선책이다. 물론 여기에 조그마한 행운도 작용했다.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충분히 가지지 않았고,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에 대한 서평도 자세하게 읽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독일 미스터리에 대한 약간의 지루함을 예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느꼈다. 몰입도와 가독력이 상당했다. 충분히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독일 추리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린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부족함을 지적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읽지 않은 덕분에 충분히 만족스럽다. 오히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독일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6년 6월 15일 목요일 오펠 동물원에서 사람의 손처럼 보이는 것이 발견된다. 집에서 이 전화를 받은 보덴슈타인 반장은 현장으로 출동한다. 15분 후 그의 파트너인 피아에게 전화한다. 비번이었던 그녀는 이 전화 덕분에 현장으로 온다. 손처럼 보였던 것은 손임이 밝혀지고, 다른 동물 우리에서 신체 다른 부위가 발견된다. 시체를 찾기 위해 경찰견이 동원되고, 얼마 후 들판에서 시체를 발견한다. 신분증 등이 없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을 보고 동물원장 산더가 누군지 알려준다. 그는 환경운동가 한스 우를리히 파울리다. 파울리는 뛰어난 환경운동가다.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를 추종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그가 폭로한 정보들은 이권 관련 업체와 사람들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평도 극과 극을 달린다. 조사하면 할수록 그를 죽이고 싶어하는 인물들이 한 명씩 늘어난다. 부검과 파울리의 집을 조사한 결과 사건 장소와 여러 명의 용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 정보들은 방대하다. 범인을 찾기 위해서는 한 명씩 하나씩 조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지루하고 끈질긴 작업들이 형사들 앞에 펼쳐진다. 독자들도 이 작업에 같이 참여하고, 그 사이에 피아의 흔들리는 연애감정이 이어진다. 흥미진진 사회파 미스터리와 러브 스토리의 환상적 조합이란 문구가 보인다. 환상적이란 단어에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지만 잘 결합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부분은 러브 스토리가 아닌 도로 확장 건설을 둘러싼 비리다. 이 소설에 나온 검은 커넥션이 너무나도 한국적이라 놀랐다. 아니 대부분 부패와 비리가 이런 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부 정보를 폭로하고, 이 단서를 쫓아서 관련자를 구속하는 등의 일은 한국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물론 그 위로 올라가면 꼬리를 짜르고 도망치는 도마뱀 같은 수뇌부가 있겠지만 말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자료를 왜곡하고 정보를 가공한 것이다. 우리의 민자 건설이 하나같이 적자가 나고 그 손실을 국민들이 보전해주는 계약을 태연하게 맺었는가 하는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가독력이 좋고 현실적인 형사들이 등장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두 남자 사이에 갈등하는 형사 피아에게 정신차려라고 말하고 싶고, 형사치고는 너무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냐고 외치고 싶다. 과거 사건으로 인한 공포로 피아가 몸을 떨고 움츠릴 때 형사 이전에 피해자였음을 깨닫게 된다. 총 든 범인을 쫓을 때 자신이 방탄복을 입지 않았음을 걱정하고,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착각하는 실수도 범한다. 용의자가 한 명씩 사라질 때 겹치는 판단 착오와 객관성 잃은 감정은 사건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얽히고설킨 관계들이 흥미를 북돋아준다. 이 소설보다 더 좋은 평을 얻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더 궁금해진다. 당연히 이 소설 다음에 펼쳐진 등장인물들의 관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