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 제목을 보았을 때 프랑스 추리문학상대상 수상작인 미셸 크레스피의 <헤드헌터> 재간으로 생각했다.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지만 작가 이름을 잊고 있던 작품이다. 하지만 출간 연도와 간단한 책 소개를 읽으면서 다른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잘나가는 스릴러 작가라는 평은 흔한 광고 문구처럼 보이지만 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가를 거장들의 유럽판이라고 할 때는 얼마나 대단한지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모두 읽은 지금 완벽한 동의는 힘들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정확한 판단은 유보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읽을 때는 제임스 시겔의 <탈선>이 떠올랐다. 헤드헌터는 이 소설에서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역(임원)이나 전문인력 등을 기업체에 소개해 주는 사람이나 업체를 말하고, 다른 하나는 글 그대로 머리 사냥꾼이다. 이 중의적인 의미의 사용은 주인공의 직업과 대결을 의미한다. 주인공 로게르의 낮 동안 직업은 헤드헌터다. 밤에는 그가 면접 본 사람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미술품을 훔치는 도둑이다. 최고의 헤드헌터인 그가 밤에 미술품을 훔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필요해서다. 그가 번 돈 대부분은 사랑하는 아내 디아나 밑으로 들어간다. 그녀와 함께 사는 필요 없이 큰 집과 그녀가 운영하는 적자투성이 갤러리 E를 위해서. 최고의 헤드헌터인 그는 항상 고객이 원하는 사람을 추천하고 고객들은 항상 그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그는 FBI의 9단계 심문 기법을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속내를 기가 막히게 읽어낸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인다면 그의 키 콤플렉스가 살짝 곁들여 있다. 그는 북유럽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160대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170에 늘씬한 미녀다. 그는 그녀를 완전히 소유하기를 바란다. 아내는 아기 갖기를 원하지만 그 아이에게 아내를 빼앗길 것을 두려워한다. 낙태를 권유한 조건으로 내 준 것이 갤러리 E다. 이 때문에 다른 위험한 부업이 생겼다. 그렇지만 진짜 위험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그가 지닌 탁월한 헤드헌터 능력 때문이다. 아내의 특별 초대전에 그는 한 남자를 소개 받는다. 바로 클라스 그레베다. 그는 전직 호테라는 기업의 CEO였다. 한때 유럽의 방위 산업에 GPS 기술을 제공하던 소규모 하이테크 기업이었다. 그는 이 기업을 인수합병으로 미국에 회사를 판 상태다. 그런데 이 업체를 모텔로 삼은 패스파인더가 CEO를 찾고 있다. 본능적으로 이 만남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느낀다. 그와의 면접은 그를 확신시킨다. 패스파인더가 요구하는 것 중 국적 문제가 있지만 그의 화려한 경력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가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에 대해 묻는다. 놀랍게도 2차 대전 때 사라진 루벤스‘칼리돈의 멧돼지사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만 훔치면 그의 삶은 안정되고, 아내가 바라는 아이도 가질 수 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다. 보안회사 직원 우베 세케루드는 로게르의 미술품 절도 파트너다. 그가 있기에 쉽게 미술품을 훔치고 이 미술품을 암거래상에게 팔 수 있다. 이 둘의 협업은 은밀하고 누구도 이 둘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다. 그만큼 둘의 만남은 신중하고 비밀스럽다. 바로 이 신중하고 비밀스러운 만남이 다음에 벌어질 사건에 핵심으로 등장한다. 그 시작은 클라스 그레베의 인터뷰에서 살짝 나오고, 그의 집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앞에 깔아둔 장치들이 하나씩 힘을 발휘하면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제 책 제목의 다른 의미인 머리사냥꾼 이야기로 변한다. 쫓고 쫓기는 행동이 이어지고, 그 도중에 연속적인 살인이 벌어진다. 조금만 실수해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이 과정을 작가는 세밀하게 준비하고 구성하면서 한방 크게 터트린다. 멋진 구성이자 전개다. 그리고 살짝 숨겨둔 반전이 조그만 즐거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