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의 시선을 끄는 여행지가 있다. 바로 라오스다. 요 몇 년 휴가 때 다녀온 곳은 태국이다. 혼자 배낭 하나 매고 간 그곳은 어느 순간 너무나도 낯익은 곳으로 바뀌었다. 여름 휴가가 다가오면 직장 동료들이 이번에도 태국 갈 것인지 물을 정도다. 그곳을 선택한 이유는 그렇게 길지 않은 휴가 동안 편안하게 여행하고, 특별한 준비 없이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배낭 매고 두세 번 다녀오는 사이 익숙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가끔 태국 관련 사이트를 둘러보면서 힐끗 쳐다보는 여행지가 라오스였다. 백수로 지낼 때 함께 여행을 갔던 후배가 한 달 동안 동남아 여행을 하자고 할 때는 별로 관심도 없었는데 몇 권의 책과 정보 때문에 여행지 우선순위로 바뀐 것이다. 그러다 만난 이번 책은 그 환상을 심하게 키워줄 것을 생각했다. 예상은 생각보다 많이 빗나갔다. 솔직히 라오스에 대한 정보를 본격적으로 검색한 것은 최근이다. 낯익은 태국을 조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작용했다. 라오스에 대한 단순한 정보만 알고 싶다면 라오스 관련 여행안내서 한 권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늘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솔직한 경험담이다. 작년에 <굿빠이, 여행자 마을>을 손에 들고 주저 없이 빠이로 떠났다. 책 정보에 혹해서 떠난 것이다. 실제 그곳에 도착해서 만난 빠이는 책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냥 지나가는 여행자와 그곳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본 것의 차이가 상당했던 것이다. 그래도 빠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평온과 아쉬움을 남겨줬다. 이 책을 선택할 때 어느 정도 작년 같은 일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나의 현실이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않지만. 제목만 보면 얼마나 황홀한 여행을 했을까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데 저자의 여행기를 읽다 보면 황홀한 여행의 환상이 깨어진다. 물론 그가 경험한 멋지고 환상적이고 감동적인 풍경이나 감상도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라오스를 여행하는 여행자가 느끼는 솔직한 감상이다. 이 감상은 이 책을 읽기 전 라오스 관련 여행 사이트에서 검색한 것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일주일 동안 라오스를 간다면 어디로 갈까 고민했던 곳들이 하나씩 무너지거나 큰 의미가 없어지고 전혀 낯선 지명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길에서 만난 라오스 생태우 기사들의 장삿속은 그곳에서 만나게 될 순수함을 순식간에 지워버린다. 물론 이해한다. 어느 나라나 이런 기사나 사람들이 있으니까. 홀로 여행하는 사람의 외로움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왠지 심하게 공감하게 된다. “비어 있는 침대에 누군가 있다면 정말 손만 가만히 잡고 자고 싶을 정도로 한 손이 아쉽다.”(30쪽)고 말할 때 숙박을 위해 들어간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의 더블베드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때 나도 그 빈 옆자리를 누군가로 채워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정보를 교환한 반면 나는 심한 낯가림으로 나만의 길을 갔다. 짧은 시간 내 속으로 좀더 들어가고 외롭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마 저자처럼 한 달 이상 여행한다면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 안내책을 비난하는 외국인에 대한 하나의 반론으로 나온 문장은 또 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것은 “위대한, 어행을 통한 사람들의 마음의 치유라는 성과에 경의를 보내는 편이다”(94쪽)란 문장이다. 관광이 그곳을 단순히 보러가는 것인 반면 여행은 그곳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홀로 떠난 여행이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 시간을 보내면서 좀더 나 자신을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처음 만난 낯선 풍경에 눈길을 보내고,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두려워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을 잊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가 여행했던 곳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탐롯콩로다. 그가 경험한 동굴 여행은 그가 말한 대로 제대로 그 감상을 표현하지 못했지만 문자 너머로 그 벅찬 감동이 전해진다. 사실 이곳은 이전에 라오스를 검색하면서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곳이다. 또 그가 예찬한 마을 나힌과 라오스의 항아리 전골 요리인 ‘머쯧’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라오스의 우선순위를 모두 바꿀 정도다. 물론 이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탐롯콩로를 같이 간 외국인들이 그가 느낀 감동의 반도 채 느끼지 못한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런 엄청난 감동을 줬다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적인 여행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라오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는데 개인적 호불호가 너무 분명해 정확한 참고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한 여행지에서 다른 곳을 포기하고 간 곳에서 실망을 느낀다. 이때 그는 다른 곳에 갔다고 해도 이곳을 그리워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여행자의 실질적이고 현명한 기본자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짧지 않은 여행이다 보니 좋은 인상 못지 않게 나쁜 인상을 받는 곳도 많다. 하지만 결국 그는 말한다. 고맙다고. 자신을 조용히 받아주었고 또 가만히 봐줘서. 그 역시 솔직한 마음을 가지고 떠난다고. 40일 간의 라오스 여행 기록에 실린 부분적인 나쁜 부분을 넘어선 그 무언가가 지금 나를 자극한다. 빨리 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