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만 보았을 때 베할라가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 책을 읽자마자 쓰레기 마을임을 알게 되었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몰랐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니 베할라가 히브리어로 두려움, 재앙이라는 뜻만 나온다. 저자 약력을 읽으니 필리핀 마닐라에 거주하면서 방문한 곳이란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보고 중남미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어떤 선입견이 작용했는지 잘 모르겠다. 쓰레기 산이나 마을을 동남아와 중남미 모두에서 봤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며칠 전 읽은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도 쓰레기 마을인 것을 생각하면 묘한 인연이다. 한국의 과거와 필리핀의 현재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렸다. 

소설은 재미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 장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밝힌다. 이 방식을 통해 독자는 한 사람의 시각이 아닌 다양한 직업과 연령과 사람들을 통해 그곳과 상황을 보게 된다. 물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은 변함이 없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은 쓰레기 하치장에 사는 라파엘 페르난데즈가 발견한 작은 가죽 가방에서 시작한 모험이다. 처음에 그와 친구 가르도가 이 가방을 발견했을 때 관심을 가진 것은 지갑 속에 든 1,100페소다. 지갑의 주인은 호세 안젤리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것들이다. 열쇠와 시내 지도.

쓰레기에서 나온 재활용품으로 그날그날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지갑 속 돈은 엄청난 금액이다. 열쇠와 지도는 상대적으로 의미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다음 날 경찰이 찾아와서 잃어버린 가방을 찾는다. 만약 이 가방을 가져오면 베할라 각 집에 1천 페소를 지급하고, 가져온 자에게는 만 페소를 주겠다고 한다. 당연히 가방을 가진 라파엘이 손을 들어야 하는데 그냥 말없이 서있다. 이 순간 그의 머릿속은 늦어지면 사례금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때 그의 고모가 나서 라파엘이 뭘 찾았다고 말한다. 경찰이 묻는다. 신발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이 짧은 대화가 경찰과 라파엘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된다.

착하게 살아라는 말을 참으로 많이 한다. 그런데 착하게 살면 과연 복이 올까? 라파엘이 경찰들의 질문에 바로 그 가방을 내주었다면 어땠을까? 베할라 주민들이 때 아닌 횡재를 했을지 모르지만 라파엘, 가르도, 래트 등 세 소년의 스릴 넘치고 활기차면서 멋진 모험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이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들의 모험이 보여주는 가치 등을 말이다. 아!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활약과 승리가 단순히 그들만의 노력은 아니다. 그 중간중간에 신부님과 수녀님의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찰의 압력과 폭력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모든 의문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히려는 그들의 용기와 열정과 노력과 재치다.

기본 줄거리는 스릴러 방식이다. 가방을 발견하고, 그것을 찾으려는 경찰이 나타난다.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고, 가방 속 물건들을 둘러싸고 쫓고 쫓긴다. 이 과정에 물건이 가진 중대한 비밀을 밝힌다. 또 암호를 등장시켜 호기심을 불러온다. 이 과정들만 보아도 충분히 흥미로운데 정치와 경제와 사회 현상을 적절하게 녹여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곳에 만나게 되는 부패한 정치와 사회의 모습은 너무나도 아픈 현실이다. 진실과 정의가 사라진 곳에서 희망을 외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세 소년이 보여주는 모험과 활약은 용기 가득한 순수함으로 그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그들이 선택한 해결 방법은 부패하고 타락하고 욕심 많은 어른들과 완전히 다르다. 희망의 메시지란 단어에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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