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게임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야구부 3년생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이 소설에서 말하는 콜드 게임이 야구 용어(called game)가 아닐까 미리 짐작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 맞는지 원제목을 확인하니 다른 콜드 게임(cold game)이다. 야구에서 콜드 게임은 운동경기에서 일몰, 폭우, 분쟁 등의 이유로 심판이 경기종료를 선언하는 것이고, 소설 제목인 콜드 게임은 부정직한 카드 또는 주사위 게임이란 의미다. 하지만 다른 의미의 두 용어가 한글의 똑같은 발음 속에서 겹쳐 보이는 것은 역시 고등학교 야구 선수가 주인공이고, 그들이 지닌 한계 때문일 것이다.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일본의 3학년들은 여름이 끝나면 운동부에서 은퇴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을부터는 2학년들이 주축이 되는 모양이다. 뭐 정확한 것은 팀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본 만화나 드라마나 소설에서 자주 만나는 3학년 대부분이 그렇다. 고시엔을 꿈꾸며 야구에 열정을 태우던 와타나베 미츠야도 지역 예선 탈락으로 야구부를 은퇴한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중학교 단짝이었던 료타에게서 연락이 온다. 아주 급하게 만날 일이 있다고. 평소 이런 메일을 보내지 않는 료타의 성격을 생각하면 낯설다. 하지만 이 만남이 앞으로 펼쳐질 사건의 원인과 진행을 알리는 시발점이 된다.

청춘 미스터리라고 분류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왕따다. 왕따라는 사회문제가 늘 다루어지고 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고, 많은 작가들이 이 소재로 소설을 썼다. 다른 서평에서도 말했듯이 나의 과거가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미츠야의 행동과 비슷하거나 가해자였기에 너무 쉽게 잊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늘 그렇지만 당하는 사람에게 이 문제는 결코 쉽게 잊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그 왕따가 더 길고 더 잔인하고 더 폭력적이고 더 무신경할수록 강하게 오랫동안 몸속에 기억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평생 두려움과 아픔과 공포로 남기도 한다.

처음 미츠야가 료타를 만났을 때 그 당시 반 친구들의 사건들은 그냥 귀찮은 일 중 하나였다. 그 당시 왕따의 대상이었던 토로요시, 본명 히로요시 다케시 이야기가 그렇게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히로키의 쇄골 골절 사건이나 칸노 아오이의 과거사 전단지 사건과 시노부에게 온 협박 메일 등이 있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료타의 부탁이니 주변 친구에게 혹시 비슷한 사건이 있는지 확인하는 정도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 당시 반 친구들 주변에 이상한 사건들이 많이 생긴다. 토로요시가 복수하기 위해 돌아온 것 같은 분위기다. 이때만 해도 이 둘은 학창시절 있었던 왕따에 대한 단순하고 조금 위협적인 보복 정도로 생각했다. 이 둘과 함께 기타중학 방위대를 구성했던 시미즈가 죽기 전까지는 말이다.

왕따 당하던 소년이 복수한다는 내용인데 누구의 시점이냐에 따라 독자의 감정이입이 달라진다. 만약 토로요시의 시점에서 차근차근 복수를 준비한다면 통쾌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최고 가해자 료타의 친구이자 당시 방관자였던 미츠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 시점의 변화는 대단히 큰 차이를 보여준다. 비록 미츠야가 한때 왕따의 대상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가 어느 정도 왕따 학생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말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도 왕따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방관자로 남았다는 사실은 굉장히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왕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부모 모임에서 한 어머니가 왕따 당하는 학생이 문제라고 말했다가 그 모임에서 왕따 당했다는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또 4년 전 가해자였던 친구가 그 시절을 떠올리며 웃는 장면은 이 문제가 두 입장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곳곳에 함정을 파놓고 독자가 착각하게 만든다. 범인이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추측하면 다른 사건을 만들어 시선을 돌려놓는다. 좋다. 이 소설에서 누가 범인인지 중요하지 않기에 그렇다. 물론 이 과정이 빠지면 너무 무거운 소설이 된다. 그래서 미츠야를 중심으로 뭉친 학생들을 등장시켜 탐정놀이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는 토로요시가 어떤 집단 괴롭힘을 당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현재 그때와 비슷한 공격을 받게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약하게 만든다. 하지만 복수의 광기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해결하려는 의도도 역시 찬성할 만하지 않다. 그 이유는 경찰을 통하면 그들이 과거 히로요시에게 가한 왕따 문제가 밖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직 과거의 왕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춘미스터리라는 말처럼 젊음이 곳곳에 넘쳐난다. 학생들의 두려움, 진로문제, 과거의 서열, 치기, 만용 등. 기타중학 방위대는 확신을 가지고 히로요시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의 복수를 막으려는 노력한다. 이 노력은 공권력을 불신하는 불량학생의 단순한 마음도 있지만 역시 자신들의 과거사 때문이다. 문제를 예상외로 쉽게 풀 수 있는데 고등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그들의 용기와 만용 때문이다. 결국 그들이 마지막에 의지하는 것이 경찰이라는 것은 현실적 대안이 없다는 것도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뭐 소설 속 료타의 말처럼 그들이 진지하게 상대해줄 때 이야기지만. 속도감 있게 왕따 문제를 재미있게 의미심장하게 녹여내었다. 마지막 반전은 조금 아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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