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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의 그림자
스테파니 핀토프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1905년 뉴욕 주 돕슨에서 10년 만에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퇴근 무렵 온 전화로 현장이 윙게이트가 저택임을 알려준다. 뉴욕 형사 출신이었다가 여자 친구를 1904년에 있었던 제너럴슬로컴호 화재 사건으로 잃은 사이먼 질이 여기서 경찰 생활을 하고 있다. 그가 이곳을 선택하게 된 것은 과거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살인사건으로 인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살인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그의 평온을 깨트리는 이 살인사건이 과거 기억을 되살려준다. 이때 그에게 온 한 통의 전보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유명한 범죄학자 앨리스테어 싱클레어가 범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범인 이름이 마이클 프롬리라는 것까지 알려줄 정도다. 이 둘의 만남은 현대 과학 수사의 결합이다. 처음에는 그 윤곽이 분명하지 않지만 뒤로 가면서 점점 뚜렸해진다.
싱클레어 교수가 프롬리를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가 프롬리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범죄심리학과 프로파일링을 위한 기초 작업을 교수가 한 것이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프로파일링 기법이 극히 최근에 이루어진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읽으니 한 세기 전에 프랑스 범죄학자 알렉상드르 라카사뉴가 더 작은 규모이지만 비슷한 프로젝트를 완성했다고 한다. 당연히 작가가 싱클레어 교수의 프로파일링 본보기를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알 수 있다. 새로운 정보가 책을 읽고 난 후에도 계속된 찜찜함을 날려준다. 앞에 이런 정보들이 나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보통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프롬리가 범인상으로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가 범인임을 보여주는 단서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다. 그의 과거사가 이런 분위기를 더 고조시킨다. 어느 수사나 마찬가지지만 한 번 방향이 설정되면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프롬리의 행방을 계속해서 쫓고 그가 범인임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증거를 찾는다. 이 과정에서 싱클레어 교수와 프롬리가 연결된 부정의 고리가 보이고 환상의 콤비처럼 보였던 두 사람 사이에 틈이 생긴다. 이 틈 사이로 악의가 끼워들고 수사에 혼선이 생긴다. 그리고 읽는 동안 그 틈새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작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20세기 초는 아직 지문이 증거자료로 인정을 받지 못하던 때다. 하지만 선구적인 형사라면 이 증거를 무시하지 않는다. 거기에 싱클레어 교수의 범죄학 이론은 태동기 과학 수사 모습을 보여준다. 아직 충분히 시대정신이 이런 상황을 용인할 정도가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주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형사들이 범인을 찾는데 능력이 부족하지는 않다. 그 시대는 그 시대 나름의 방법이 있다. 현재 같은 시간과 공간과 지식이 없던 시대다 보니 범인과 형사의 대결은 또 다른 균형을 이룬다. 누가 더 상상력이 풍부하고 한 발 더 앞서가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뿐이다.
시대를 1905년으로 옮겼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현대적이다. 물론 그 시대의 풍경과 상황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지문이나 여성의 참정권에 대한 논의 등이 바로 이런 시대의 모습이다. 살해당한 세라의 과거 행적에서 페미니즘의 강한 정치색이 드러나는데 이것도 뉴욕 시장 선거의 부정과 함께 그 시대를 엿보는 재미를 준다. 분명히 현재와 다른 뉴욕 경찰의 생활상은 이미 다른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보아왔지만 여전히 낯설다. 이 낯선 환경이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범죄수사의 과도기를 다루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수사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광고 문구처럼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전체적으로 가독성이 나쁘지 않다. 낯익은 지명의 낯선 풍경을 통해 충분한 재미를 준다. 하지만 조금 처지는 듯한 전개와 긴장감이 부족한 구성은 아쉬움을 준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을 만들어 놓았지만 아직 캐릭터가 완성되지 않은 것 같다. 등장인물들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역자의 글을 보면 이미 두 권 더 출간된 것 같다. 지금보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것은 역시 만들어지고 있는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