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2007년 <살인의 해석>이란 처녀작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이 어떤 관계인지는 잘 몰랐지만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사실 전작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읽으면서 받았지만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역자의 글을 통해서다. 읽으면서 왜 이런 장황한 설명이 나오지 하는 의문에 대한 조그만 해답도 얻게 되었다. 전작을 읽게 되면 이번 소설에 대한 더 많은 공감과 이해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첫 장면은 9.11 테러를 연상시킨다. 1920년 9월 16일 낮 12시 마차에 실린 폭탄이 월 가를 초토화시킨다. 적지 않은 폭탄이 실렸기에 그 피해도 상당하다. 물론 9.11 같은 엄청난 사건은 아니지만 그 시대를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사건이다. 그것도 미국 금융의 중심가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던 두 주인공이 사건을 마주하고 직접 간접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형사반장 리틀모어와 영거는 이렇게 엄청난 사건에 관여하게 된다. 그리고 영거가 사랑하는 콜레트의 알 수 없는 사건도 같이 엮이면서 흘러간다.

사건은 크게 두 개다. 하나는 당연히 월 가 폭탄 사건이고, 다른 것은 콜레트를 납치하거나 살해하려는 사건이다. 당연히 이 두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는 리틀모어고, 영거는 당사자와 직접 연결되면서 사건과 엮인다. 월 가의 사건이 단순한 테러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음모의 시작인지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거대한 그림을 그린다면 콜레트는 왜 그녀가 표적이 되었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특히 이상한 여자들이 콜레트를 찾아오는 이상한 일들이 그렇다. 물론 현대 과학에 대해 알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방문이 의미하는 바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녀가 퀴리 부인의 애제자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말이다.

언제나 큰 사건이 발생하면 이 사건을 둘러싼 영역권 문제가 생긴다. 거대 은행 재벌 JP 모건 은행 앞이자 재무부 근처에서 터진 것을 감안하면 일개 관할경찰이 전담하기에는 너무 큰 사건이다. 단순 강도 사건이라면 충분할 수 있지만 그 사건 이면에 또 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면 정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작가는 교묘하게 이것을 피해갈 방법을 찾아내었는데 책 중간에는 사실 조금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가독성이 더 좋아지고 새로운 실마리들이 하나씩 풀려나온 것도 사실이다. 역사 속에서 현재까지 미해결 사건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콜레트의 사건은 처음에는 왜 그녀를 납치하려고 했는지 잘 몰랐다. 이 답을 알려주는 것이 마지막에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황당하다. 하지만 그녀의 사건을 통해 영거의 2차 대전 당시 모습과 과거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인 콜레트의 한스앓이와 동생 뤽의 병에 대한 원인이 같이 다루어진다. 콜레트를 통해 사건의 공간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옮겨가고 그 유명한 프로이트의 등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 만남을 통해 작가는 프로이트 후기 이론의 핵심인 죽음본능을 작품 전체에 녹여내게 된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거의 700쪽이다. 앞부분에 왜 이런 장면들을 넣었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 시대의 풍경과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현재를 잊고 그 시대에 몰입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우월감에 살짝 도취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달리다보니 결코 많은 분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로 가면 예상한 것 이상으로 가속도가 더 붙는다. 그 시대 상황과 정치적 음모가 뒤섞이고, 현재의 욕망이 과거에 다시 투사되면서 단순한 과거 사건을 넘어 현재까지 그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영거를 통해 2차 대전이 끼친 심리적 경제적 영향력을 보여주면서 잘 몰랐던 혹은 잊고 있던 전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소설의 아주 인상적인 첫 문장에서 단어 하나만 바꾼다면 그 사실은 더 분명해진다. “전쟁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정말로 힘든 건 그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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