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제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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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상당히 좋아하는 내가 <사기>라는 역사서에 관심을 가진 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수필을 읽으면서 이 책 속에 나온 <사기> 예찬을 보고 관심을 가졌다. 사실 그 당시도 호기심 정도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수많은 책 속에서 <사기>의 위대함을 만나게 되면서 언젠가 한 번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30권의 방대한 사서인 것도 제대로 모르고 말이다. 번역서를 제대로 읽는다 해도 수많은 주석이 붙을 것이고, 방대한 등장인물과 관계는 읽는 동안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던 중 중국CCTV <백가강단>에서 저자가 방송한 것을 묶은 이 책을 발견했다. 상당히 반가웠다. 그리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연대순과 인물 편을 섞었다. 한무제의 연대를 따라 흐르는 사이사이에 그에게 총애나 미움을 받은 인물들을 집어넣었다. 이 구성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그 시대 인물들과 한무제의 관계를 잘 알 수 있었다. 6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그렇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은 것은 바로 이런 구성과 원전이 가진 힘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과 명쾌하고 흥미로운 해석도 큰 역할을 담당했다. 저자가 <사기>를 해석하는 과정에 다른 사서를 같이 다룬 것은 시대와 인물을 좀더 입체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인데 많은 부분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사기>에 대한 엄청난 칭찬으로 문을 연 후 경제의 열 째 아들이었던 그가 어떻게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구중궁궐의 암투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치열하다. 저자는 이 과정을 하나씩 분석하며 설명하는데 단순히 그의 노력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여자들의 도움이 지대했음을 알려준다. 그의 어머니는 당연하고 장모와 황궁의 여자들도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즉위에 도움을 준다. 이 과정은 얼마나 많은 인내력과 간절한 욕망과 함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그는 16세에 즉위해 70세에 세상을 떠나는데 무려 54년 동안 황제의 자리에 있었다. 청나라 강희제를 제외하면 최대라고 한다. 조선 시대 영조 대왕이 52년 동안 왕위에 있었던 것보다 2년이 더 길다. 

긴 시간을 황제로 있다 보니 수많은 일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황제로 올랐지만 권력은 외척 등이 가지고 있었고 그는 그냥 황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권모술수를 하나씩 배우고 알게 되면서 그 누구보다 강한 황제가 된다. 이 제위 기간 동안 수많은 승상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한 동안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기도 했다. 승상이란 지위를 생각하면 엄청난 것인데 이것을 거부하는 인물이 나올 정도인 것을 보면 그의 독재 정치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이 독재 정치가 그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가 산 시대와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있었던 한나라의 역사를 보게 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그가 흘리게 한 엄청난 피의 바다는 제외하고.

그의 제임 기간 동안 흉노와의 전쟁은 빼놓을 수 없는 논쟁이자 사실이다. 무려 44년 동안 흉노와 전쟁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전쟁을 통해 실크로드의 일부가 개설되고, 영역이 확장된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아직 개국 초기임을 생각하면 국력의 소모가 너무 심하다. 거기에 한나라 건국과 함께 문제로 존재했던 제후들은 반드시 정리가 필요했다.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킨 것 중 유씨 황족들이 보이는 것은 그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과 그가 보여준 독재에 대한 반발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그의 황권은 더욱 강력해지고 새로운 인물들과 정치 개혁이 이루어졌다.

역사가들은 그의 독재정치를 진시황과 비교를 많이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한 명은 나라를 패망의 길로 가게 만들고, 다른 한 명은 대제국의 기틀을 만든다. 이 부분은 상당히 흥미롭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십분 잘 살려고, 외척을 정리하는데 조금의 주저함이 없었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 잡는데 지체함이 없었다. 물론 그의 장기인 인재 등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을 단순히 기록만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담아내어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그 속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와 암투와 인물들과 욕망들은 말할 것도 없다. <사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이 매혹적인 강의 속에서 눈길을 찌푸리게 하는 내용이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하나의 중국이다. 한무제 때 현대 중국 판도의 기본 틀이 짜졌다고 말하고 사마천이 <사기>에서 [흉노열전]을 쓴 것이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다. [흉노열전]을 중국 소수민족의 역사로 만듦으로써 현재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치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흉노와의 전쟁을 ‘중국민족 간 내부의 비극’으로 표현하는데 이것을 연장하면 고구려도 역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 변하게 된다. <사기>가 지닌 매력을 단숨에 확 깎아내리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앞에 나온 그의 해석을 다시 한 번 더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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