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아이 미스터리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2
시본 도우드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유는 단 하나다. 제목에 미스터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못 읽은 탓도 있다. 잘못 읽은 글자는 런던 아이다. 런던 아이(London Eye)는 템스 강변에 있는 거대한 자전거 바퀴 모양을 한 회전 관람차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런던 아이(London boy)로 읽은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소설의 미스터리 대상인 살림이 뉴욕으로 이사 가기 전 이종사촌을 만나러 왔다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살림의 실종을 런던 아이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한글과 영어의 묘한 결합이 책 처음부터 시선을 끌었다.

첫 장면에서 런던 아이를 탔던 살림이 사라진다. 그리고 고기능성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을 앓고 있는 테드가 살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데 도움이 된 것을 기록한 글로 이어진다. 이 글 속에서 만나게 되는 테드는 분명히 우리가 자주 만나는 아이들과 다르다. 처음에 테드의 말투와 행동을 보았을 때 아주 어린 아이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열두 살이다. 조그마한 장애 같은 증후군 때문에 다른 아이와 조금 다른 말과 행동을 할 뿐이다. 사실 이 소설이 지닌 재미의 상당 부분은 테드의 남과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에서 생긴다. 그 순수함과 놀라운 회색 뇌세포 때문에 말이다.

살림은 테드의 이모 글로리아의 아들이다. 그녀는 이혼한 후 뉴욕에서 기획자 일자리를 얻게 된다. 뉴욕 가는 길에 언니 집에 잠시 들렀다 갈 예정으로 왔다. 그녀의 별명은 허리케인이다. 지나간 자리가 초토화되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 모자가 잠시 머물면서 어디로 갈까 토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을 통해 각자의 관심 분야가 잘 드러난다. 결국 높은 곳, 경치, 처음 등을 감안하여 런던 아이에 가기로 한다. 날씨가 좋아 관람차를 타기 위한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만 타기로 하고 엄마들은 카페로 간다. 그들이 기다리는 사이 한 남자가 와서 폐소 공포증이 있다면서 표를 공짜로 준다. 한 번도 탄 적이 없는 살림이 표를 받아서 탄다. 그리고 사라진다. 여기서 미스터리가 생긴다.

살림의 실종은 어떻게 일어났을까? 분명히 그가 런던 아이를 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내릴 때 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의문으로 가득하다. 그의 실종으로 가장 놀란 것은 당연히 엄마인 글로리아다. 경찰에 신고하고, 아이를 찾아다니고 혹시나 나쁜 일이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한다. 이 걱정과 두려움 속에 이성은 마비된다. 어른들이 마비된 이성으로 걱정을 할 때 테드의 이성은 컴퓨터처럼 작동한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홈즈의 가설 소거법이다. 처음에 8가지 가설을 세우고, 나중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 미스터리에 대한 해답은 분명 이 속에 들어있다.

테드가 세운 가설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누나 캣이다. 나머지는 아이라는 이유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의 특별한 병과 아이의 말에 귀찮음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직접 자신들이 세운 가설과 발견한 단서를 쫓는 것이다. 이렇게 남매 탐정이 만들어지고 조금은 허술한 수사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작가는 이 둘의 탐정 활동을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딱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정도에서 머문다. 다만 테드의 번뜩이는 머리만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분석하고 추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정말 이 과정은 명탐정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테드와 캣의 탐정 활약이 주는 재미가 솔솔하다면 테드의 병으로 인한 특이함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당사자에게는 불편한 일일 수 있지만 읽는 독자에게는 테드의 반응과 심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준다. 그가 집착하는 일기예보나 과학적 지식은 추리 과정에서 빛을 발하는데 이 또한 큰 재미다. 소년 탐정이라 활약에 제약이 많지만 성인이라면 또 한 명의 멋진 탐정이 등장했다고 말해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의 제한된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다음 사건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기다려진다. 

기본 구성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이야기 거리는 상당하다. 테드의 특이한 증후군, 이혼한 가정의 불안정, 어른들의 아이 의견 무시, 왕따 문제, 인종 차별, 고정관념과 논리적 사고 등 무사히 많다. 가디언 지의 토론 수업에 풍부한 자료를 제공할 소설이란 평에 동의한다. 테드의 추리를 따라 진실에 한 발씩 다가갈 때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재미를 누린다. 이 과정 속에 담긴 수많은 담론 의제들은‘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모든 가설을 만들고, 그 가설들을 하나씩 제거하고, 자신의 머릿속을 비워나가는 장면은 우리의 일상에 적용해도 좋을 것 같다. 이 작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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