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의 신곡 살인
아르노 들랄랑드 지음, 권수연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단테를 생각하면 그의 걸작이자 이전에 읽다 실패한 <신곡>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단테가 주인공이거나 <신곡>과 관련된 작품들을 몇 년 사이에 보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번도 약간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다. 생각한 것보다 나았다고 해야 하나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다른 사람들의 서평에 기대보면 부족하지만 내가 읽은 단테와 관련된 소설 중에선 가장 나은 작품이다.

단테의 신곡은 사실 읽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필독서로 지정되는 것을 보면서 몇 차례 도전을 하였지만 번번이 초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니 내가 아는 신곡은 다른 이들이 읽고 난 후의 감상이나 요약된 일부뿐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는데 신곡을 읽을 필요는 없다. 뭐 읽었다면 좀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작가가 핵심을 요약해서 사건과 연결시키니 읽는데 큰 무리가 없다. 덕분에 아주 쉽게 이해하고 읽을 수 있었다. 몇몇 장면과 대목에선 이전에 본 책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1756년 물의 도시 베네치아(베니스)에서 한 유명한 배우가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단지 한 명밖에 죽지 않았지만 암흑의 10인회 수장인 빈디카티는 최고의 스파이자 바람둥이인 흑란 피에트로를 감옥에서 풀어줘 범인을 쫓게 한다. 초반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왜 첫 살인으로 감옥에 수감된 죄인을 풀어 살인자를 쫓게 할까 였다. 보통 참혹한 살인이라도 다음에 벌어질 연쇄살인이 없다면 자체 인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이 부분은 마지막에 가서 이해가 되었다. 왜 그가 필요했고, 그로 인해 일어난 수많은 변화와 실패 등등이 밝혀진다. 그리고 숨겨진 최후의 범인에 대한 나의 예상은 맞았고, 이 대목에선 아쉬움이 느껴졌다. 약간은 다른 작품들에서 많이 다루어진 트릭이기 때문이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독자라면 다른 몇몇의 책에서 이와 같은 트릭이 사용되었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정확한 책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같이 트릭에 둔한 인물이 알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살인자가 남겨놓은 시구는 단서를 제공하지만 지금처럼 풍부한 자료도 편리한 인터넷도 없던 시대다. 몇 사람이 죽고 난 후 그것이 단테의 신곡에서 인용되었음을 알게 된다. 신곡을 인용한 살인이 벌어지지만 살인자에 대한 윤곽을 잡기는 어렵다. 이후 드러나는 단서들은 어쩌면 너무 쉽게 나타난다. 협박당한 자들이 갑자기 협력을 하고, 우연한 기회에 단서가 되는 문서의 일부를 발견하는 등의 기회로 베네치아를 덥고 있는 음모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신곡에서 말하는 9개의 살인은 진행된다. 그리고 흑란이 좌충우돌하면서 펼쳐 보이는 활약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다.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좀더 꼼꼼하게 읽는다면 내가 놓친 몇 가지 단서들로 인해 평가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강한 긴장감이나 무시무시한 공포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지적인 트릭이 나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정도도 아니다. 잔혹한 살인과 그를 둘러싼 신곡의 인용이 재미를 주지만 가장 큰 재미는 흑란 피에트로라는 등장인물이 주는 활약과 그 시대상에 대한 작가의 치밀하고 살아있는 현장감이다. 특히 마지막 베네치아 카니발 장면과 두 세력 간의 대결은 이 소설의 백미이자 최고의 재미를 선사한다. 축제가 벌어지는 사이사이에 죽음이 오가고, 음모자와 음모를 막는 자들의 긴장된 싸움과 축제를 단순히 즐기는 수많은 시민들의 모습은 재미를 넘어 많은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설마? 한 인물이 범인의 수장이고,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기도 하지만 뒤로 가면서 붙는 속도감과 재미는 이를 충분히 덮을 만하다. 사랑과 질투와 음모와 상징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베네치아의 현장은 재미있다. 익숙해지지 않는 이탈리아 이름 때문에 약간 고역이긴 하지만 서양의 이름 난 바람둥이 카사노바도 찬조출연을 하니 소소한 재미 또한 있다. 큰 기대 없이 읽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소득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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