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문학에서 가장 매혹적인 소재는 무엇일까 물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시간 여행이다. 이 소설은 바로 시간 여행을 소재로 썼다. 그런데 이 시간 여행이 보통의 것과 다르다. 과거로 돌아가서 역사를 바꾸려는 악당과 싸우지도 않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지도 못하고, 미래의 새로운 세계를 멋지고 화려하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타임머신을 타고 자신이 바라는 과거로 간다고 해도 미래가 바뀌지 않는다는 기본 전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로 가서 과거와 현재를 바꿀 수 없다면 타임머신은 단순히 관광용이라는 말인가? 이렇게 작가는 기존 타임머신 소재 SF와는 다른 SF 한 편을 내놓았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나 자신을 쏜다”고 말한다. 나는 현재의 나이고, 나 자신은 미래의 나다. 처음에는 이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전혀 몰랐다. 사실 그냥 대충 읽고 지나갔다. 그런데 이 문장이 이 소설을 구성하고 이것을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의미를 제대로 알기 전까지 작가가 만들어놓은 복잡한 SF세계 속에서 헤매고 다녀야 한다. 이 세계는 기존의 문법과 다르고 시재를 통해 시간 여행을 풀어놓는다. 아! 하고 어느 정도 알겠다고 하는 순간 새로운 사실들이 나와 미로 속을 헤매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이것은 나의 낮은 이해력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구성과 전개는 분명 아니다.
기존 SF에서 사용한 다차원 우주와 현재와 미래를 바꿀 시간 여행은 없다는 전제 외에 새로운 것이 하나 등장한다. 그것은 타임 루프다. 주인공은 10년 동안 타임머신에 틀어박혀 실제 시간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과 생활하고 현실에 나오지 않는다.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상상한 한 시간짜리 가상현실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삶을 산다. 그가 10년짜리 타임 루프에 사는 반면 그의 어머니는 한 시간짜리를 계속 사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과연 미래에서 온 그 자신을 쏜 사실을 바꿀 수 있냐는 것이다. 즉 타임 루프를 깨트리고 과거를 변하게 만들 수 있냐는 것이다.
타임루프를 다룬 영화나 소설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사랑의 블랙홀> 같은 경우 매번 똑같은 하루가 반복된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하루가 매번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수많은 실패와 연습을 통해 피아노를 배우고 한 여자를 사랑한다. 결국에는 어느 날 그 하루가 깨어지고 새로운 다음 날이 시작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이런 자각조차도 반복된다. 타임루프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도 반복된다.
이 반복이라는 개념이 과거 불변이란 것과 맞물려 풀려나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책 한 권이 있다. 이 책의 제목과 같은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이란 책이다. 이 책이 주인공에게 나타나는 것은 미래의 나가 흘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이 책인데 현재의 나가 미래를 살짝 엿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에 와서 주인공이 고민한다. 과연 과거의 나에게 총을 맞기 위해 나가야 할지 선택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현재를 만끽할 것. 현재를 늘이고, 그 안에서 살아갈 것.”(332쪽)이라고.
솔직히 말해 이 소설의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기존의 SF문법을 벗어난 전개와 이야기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그가 타임루프 속에서 다른 시공간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다니는 것이나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란 책 속에서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며 성장한다고 해도 말이다. 시간문법에 동의하다가도 작가가 만들어낸 SF 정의들은 왠지 모르게 공부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혹은 미래를 아는 순간에 과감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그의 용기는 대단하다. 비록 바꿀 수 없는 미래라 하여도 말이다. 독창적이란 평에는 동의하지만 유쾌와 재미란 부분에서는 살짝 의문을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