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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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잔잔한 소설이다. 사실 원작 소설보다 영화 정보로 먼저 만났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일요일 영화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에서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 줄거리를 보았다. 압축해서 보여주는 프로그램 특성 때문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흥미로웠다. 헬싱키라는 조금은 낯선 도시에서 일본인이 식당을 한다는 것 자체부터 그랬다. 호기심과 잔잔함이 조용히 흐르는 화면을 보고 영화가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언제나처럼 그냥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 서점 신간정보에서 이 책을 보았다. 영화의 원작이란 느낌보다 영화를 소설로 각색한 것이 아닌가 먼저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소설이 먼저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내용도 있다고 한다. 마침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었고, 분량도 부담이 없어 손에 쥐고 읽기 시작했다.

200쪽이 되지 않는 분량이다. 한쪽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데 좀 촘촘하게 구성하면 반으로 줄일 수 있을 정도다. 조금 긴 중편소설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분량은 그렇지만 이 소설의 재미와 여운은 그것을 능가한다. 단숨에 읽을 수 있지만 읽으면서 행간과 사람들 사이의 여유를 즐기게 된다.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지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개성이 없는 듯한 사람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잔잔하면서도 공감하게 만들고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게 된다. 거기에 이 조그마한 식당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도 재미있다.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다. 이 식당 주인 사치에는 헬싱키 사람들이 볼 때 아이 같은 외모를 가졌다. 동양인에 대한 서양인의 착각이다. 동네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문을 연 후 사치에의 과거로 이야기는 바뀐다. 처음 상상할 때는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어 이런 외진 유럽으로 왔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성장 이야기와 음식에 대한 열정을 보다 보면 지독하게 현실적인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 중간에 운이 많이 작용했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강한 울림을 준 것은 사치에 아버지의 오니기리다. 그는 아내가 죽었을 때 아이에게 울지 말라고 말하고, ‘인생 모든 것이 수행’이란 문장을 삶의 철학으로 삼고 있다. 평소 식사 준비도 사치에가 한다. 그런 그가 아이를 위해 만들어주는 것이 있다. 오니기리다. 소풍 갈 때 만들어준다. 그녀가 헬싱키로 떠난다고 말한 다음 날 그녀를 위해 만들어준 것도 바로 오니기리다. 이 소설에서 이 음식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사치에가 오니기리를 헬싱키 사람들에게 계속 권장하는 것도 이런 사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그만 식당에 손님도 제대로 없는 곳에 찾아온 한 독수리5형제 마니아 토미는 사치에의 유일한 헬싱키 친구다. 그는 매일 이 식당에 와서 공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사치에와 간단한 이야기를 한다. 처음 그가 집착한 것은 독수리5형제 주제가다. 낯선 나라의 낯선 외국어로 이 주제가를 부르는데 정보 부재 때문에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는 낯선 헬싱키에서 사치에에게 부담없이 다가온 첫 번째 친구다. 또 이 친구 때문에 미도리를 만나게 된다. 독수리5형제 주제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을 찾는 중에 그녀를 만난 것이다. 그녀도 결코 어리지 않다. 그녀의 삶을 요약한 글을 읽다보면 너무 무미건조하다. 굴곡 없는 평탄한 삶을 살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나이가 든 것이다. 그녀가 헬싱키에 오게 된 사연도 황당하다. 그곳이 좋아서가 아니라 눈을 감고 지도에서 아무 곳이나 찍어 선택한 곳이다. 이렇게 만난 두 여자가 같이 식당을 운영한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여자가 있다. 마사코다. 그녀는 비행기 화물이 분실되는 바람에 생각하지도 못한 방황을 한다. 낯선 도시에서 사치에는 좋은 안식처였을 것이다. 거의 매일 카모메 식당으로 오가는데 그러다가 그녀도 이 식당에 참여한다. 그녀는 둘보다 나이가 더 많은데 이 나라를 선택한 이유가 어쩌다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때문이다. 필란드의 조금 이상한 경연대회에 반한 것이다. 작가는 간략한 요약으로 그녀의 삶을 정리하는데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또 다르게 보면 특별하다. 개인의 삶이란 경험과 개인의 차이가 심한 것이니까. 조금 바빠진 카고메 식당에 그녀가 한 손 거든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속에 이야기는 흘러간다. 그 어떤 과장도 화려한 수식도 없다. 세밀하게 장면을 묘사하지도 않고, 등장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지도 않는다. 여백을 최대한 만들고, 사람들의 사연과 이야기가 조용히 흘러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사치에가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라고 말한 것과 닮아 있다. 점점 조미료 가득한 음식을 먹고, 막장으로 치닫는 드라마들이 많아지는 요즘 기분 좋게 소설 한 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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