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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많은 사람들의 호평을 받은 <인사이트 밀>의 작가다. 이 작가의 소설은 모두 다섯 권이 번역되었는데 대부분 가지고 있다. 사놓고 읽지 않은 것은 책 욕심에 사놓은 책들 밑으로 깔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점점 책 읽는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는 것은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는데 그래도 집은 이미 책으로 가득하다. 신간 위주로 많이 읽는데 사는 즉시 읽지 않으면 점점 더 뒤로 밀린다. 그러다 지난 일요일 갑자기 약속이 깨지면서 이 책을 빼서 읽기 시작했다. 바로 앞에 읽은 작품이 <소녀지옥>이었다. 그 기괴함을 단숨에 털어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소녀지옥>에서 받은 무거운 느낌이 이 소설에서 단숨에 날아갔다. 왠지 무지 가볍게 읽히기 시작했다. 문장과 상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읽기 전에 간단한 책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데 부정확한 기억도 상당히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다섯 단편 소설을 찾는 인물이 요시미츠가 아니라 그 단편을 쓴 작가의 딸 키타자토 카나코라는 것이다. 헌책방에서 일하며 그녀의 바람을 도와주는 요시미츠가 돈을 목적으로 이 다섯 단편을 쫓기 시작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착오다. 하지만 이런 착각이나 착오가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요시미츠는 휴학생이다. 집안에 문제가 생겨 큰아버지 고서점에 얹혀산다. 당연히 고서점을 일을 돕는다. 어느 날 한 여자가 전날 매입한 코노 주조의 장서 중 잡지 한 권을 구입하려고 온다. 20년쯤 전에 발행한 동인지다. 동인지 전부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카노 코쿠뱌쿠란 필명으로 짧은 소설이 실린 호만 사고자 한다. 가격은 원하는 대로 주겠다고 한다. 주인이 아닌 상태에서 즉시 답할 수 없다.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말하고 돌려보낸다. 책을 찾아 혹시 그 가치를 놓친 부분이 있나 하고 큰아버지에게 상의한다. 그런데 특별한 가치가 없다고 하며 천 엔을 부른다. 다음 날 그녀에게 연락을 하여 이 책을 건내준다. 그 사이에 그녀가 찾던 작가의 단편을 복사해놓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해주고 왜 그녀가 이 책을 찾게 되는지 이유를 듣는다. 그것은 이 작가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작품이란 것이다.
이 잡지를 받은 후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다른 소설들도 찾기를 원한다. 요시미츠에게 그 소설들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한 편 찾을 때마다 10만 엔이란 적지 않은 금액을 내걸고 말이다. 자신의 독립을 위해 그는 큰아버지에게 알리지 않고 나머지 단편소설들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된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조각들만 보여준다.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뒤에 가서다. 다섯 편의 리들 스토리를 통해 과거를 새롭게 인식하고 추론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의미 없을 것 같았던 다섯 편의 단편들이 거대한 의미와 상징을 지니고 앞으로 나온다.
리들 스토리는 열린 결말을 말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결말이 바뀔 수 있다. 요시미츠가 처음 찾아낸 <기적의 소녀>도 한 문장으로 완전히 다른 결말이 가능하다. 이런 소설을 다섯 편이나 남겼는데 그 작품들이 특별하게 뛰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카나코는 아버지가 남긴 기록 속에서 마지막 문장을 발견하고 열린 결말의 정답을 보게 된다. 문제를 모르니 그 정답이 소용이 없다. 그래서 그녀는 문제를 찾고자 요시미츠에게 부탁한 것이다. 처음에는 요시미츠도 돈에 눈이 멀었지만 그 단편들을 찾고, 읽고, 관계자를 만나고 조사하면서 한 작가의 단순한 창작활동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기본 줄거리는 카나코의 의뢰에 의해 단편 소설을 찾는 것이지만 실제 그 뒤에 숨겨진 의미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실 찾기다. 리들 스토리를 통해 과거 사건을 비유와 상징으로 풀어놓았다. 그런데 재미난 것은 그가 남긴 답이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소설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고, 이 소설도 하나의 큰 리들 스토리임을 알린다. 제목처럼 단편 소설을 통해 진실을 찾아간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신선하고, 이런 상황들을 하나로 엮어내는 요시미츠에게 매력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요시미츠의 고서점 탐정 역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