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만의 비밀스러운 삶
아틀레 네스 지음, 박진희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리만 가설(Riemann hypothesis) 또는 리만 제타 추측은 1859년 베른하르트 리만이 처음으로 형식화한 것으로 수학사에서 모든 미해결 문제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문제의 하나다.(위키백과) 이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내건 상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가끔 수학자를 다룬 책에서 몇 개의 가설이 아직 증명되지 않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수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골드바흐의 추측>이란 책을 통해서 이런 미해결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한 수학자의 노력을 보았는데 이번 소설은 그런 수학자의 노력을 다룬 것이 아니다. 수학자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대학 교수가 리만 평전을 쓰려고 하면서 생기는 일을 다룬 소설이다. 

대학 수학교수란 것도 내가 볼 때 결코 평범하지 않은데 그 학계에서는 그냥 평범한 모양이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의 어린 시절을 보면 그가 수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나온다. 하지만 그의 지위는 딱 대학 교수에 멈춰있다. 이런 정체된 삶에 돌파구로 구상한 것이 리만 평전 프로젝트다. 그는 ‘평전을 집필하는 것은 그 인물이 남긴 주요 업적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채로 걸러서 보여주는 일’(9쪽)이라고 말한다. 사실 리만 가설이란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리만이란 사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그가 현대 수학이나 물리학에 끼친 영향도 몰랐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아인슈타인과 현대 물리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티리에 라이너트 후세 교수는 2005년 5월 9일에 대학교수실에서 사라진 후 행방불명이다. 소설은 실종 나흘 후 딸이 아버지의 기록을 경찰에 가져오면서 시작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아버지의 일기부터다. 그 일기를 통해 후세 교수의 숨겨진 삶이 드러난다. 그가 왜 글쓰기를 배웠고, 리만 평전 프로젝트를 위해 어떤 연구와 조사를 하는지, 숨겨진 여자와의 관계까지 말이다. 이런 과정을 일기를 통해 보여주는데 리만과 자신의 이야기가 살짝 겹치는 부분들이 나온다. 잠시 한눈을 팔다보면 그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

소설은 두 개의 이야기가 병행하거나 교차하면서 진행된다. 리만의 삶을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밝혀지는 그 시대의 수학계 풍경과 그의 수학이 현대 물리학 등에 끼친 영향이 후세 교수의 새로운 사랑 이야기와 나란히 진행된다면 리만과 화자의 삶이 과거와 현재 속에서 교차한다. 힘든 삶을 산 리만이 훌륭한 업적에 비해 충분한 여유를 누리지 못한 반면 화자는 업적에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비교적 안정된 삶을 산다. 천재의 과거를 쫓는 평범한(?) 작가란 설정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리만보다 자신의 삶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리만 평전은 프로젝트고 그의 새로운 사랑은 삶인 것이다.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후세 교수의 비밀스런 삶이 그대로 드러난다. 리만 평전 프로젝트를 위해 가입한 글쓰기 강의에서 새로운 여자 잉빌드를 만난다. 이 둘은 각각 가정이 있지만 사랑에 빠진다. 그들의 사랑은 십대의 그것과 비슷하다. 사랑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랑만으로 살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다. 화자의 삶 속에는 그의 과거 추억과 기억과 가족들이 있다. 아무리 새로운 연인을 사랑한다고 해도 현재의 안락한 가정을 무너트리기는 싫다. 불륜을 저지르는 남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없는 약속과 회의를 만들어 그들은 만난다. 뜨거운 열정에 불타지만 그들은 성인이다. 어느 정도 선을 지킨다. 이 부분은 십대와 다르다.

천재 수학자 리만 평전이라는 기본 설정에 화자의 삶을 덧붙였다. 중간중간 낯익은 이름이 나온다. 특히 가우스. 아쉬운 것은 수학에 대한 지식이 고3 이후로 완전히 끊겼다는 것이다. 물론 리만 가설을 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그때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소설에 대한 이해도를 조금은 더 높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그리고 저자는 리만의 비밀스런 삶을 일기 속에서 보여주는 동시 화자의 미스터리한 실종도 같이 보여주면서 이 둘을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만든다. 조금 가볍고 빠르게 읽으려는 마음이 강했는데 읽을수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조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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