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인생 여행
대니 월러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가끔 서른이라는 나이에 사람들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본다. 나의 서른이 한참 지난 후 후배 하나가 고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젖어있었다. 근데 이것이 우리나라만의 감상이 아닌 모양이다. 영화 <파니핑크>에서 여주인공은 스물아홉 살이라고 외치며 우울해하였다. 그리고 <예스맨>의 작가인 대니 월러스가 서른이 된다는 것을 가지고 아주 긴 이야기를 한다. 그의 글을 보면서 나이 서른이 정말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은 큰 의미없다다. 다만 육체의 노후가 조금 빨라진다는 것을 제외하고.

작가의 전작을 읽지 않을 상태에서 그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책 속 그의 생활을 보면 일반적인 삶을 살지는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삶은 매일 출퇴근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직 퀴즈쇼 진행자였던 그는 엑스박스로 게임을 하고 집안 정리와 수선을 하면서 보낸다. 그의 생활이 살짝 부럽다. 이런 생활 속에 그의 서른 번째 생일이 다가온다. 그보다 먼저 서른이라는 나이와 어른이 된다는 생각이 먼저 다가온다. 결혼 후 먹는 것도 바뀌고, 다른 아이의 대부모 요청을 받는다. 기존 삶의 방식이 뒤흔들리고 있다. 이런 시기에 친한 친구 둘이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다. 이제 그는 어린애 같은 삶에서 변신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 첫 걸음으로 초등학교 친구를 찾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친구 찾기 하면 옛날에 열풍이었던 아이러브스쿨이란 사이트가 먼저 생각난다. 개인적으로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아 가입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만났던 것을 기억한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이 아닌 모양인데 작가도 한 번 시도해봤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열광적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시 사이트에 자신의 정보를 수정하면서 그들과의 연락을 바라는데 쉽지 않다. 이제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자료와 정보와 인맥을 가지고 그 시절 친구를 찾기 시작한다. 물론 이렇게 친구 찾기에 빠진 것에는 이유가 있다. 물건을 거의 버리지 않는 엄마가 그에게 보낸 상자들 속 편지와 추억들 때문이다.

어릴 때 친구를 만나면 금방 그들을 알아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그런데 작가는 이런 의문이 그렇게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연락처를 찾고, 방문하는 순간 어릴 때 그 모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행운일 수도 있지만 사전에 연락을 했기에 그럴 것이다. 오랜만의 만남에서 그들이 잠시 멈칫하다가 반가움을 표시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냥 길에서 스쳐지나갔다면 그냥 어딘가에서 본 듯한 느낌만 남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그가 서른 살을 맞이하기 위해 이런 계획을 세우고 한 명씩 주소록을 갱신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추억여행이고, 또 다르게 보면 성장여행이다. 현재의 삶과 환경을 그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성장을 거부하는 어린 아이 같다. 다른 곳에서 다른 성장을 겪고,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어릴 때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그에게 변화를 강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만남이 추억과 헤어진 후의 삶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느 순간 계획이 목표에서 집착으로 변하고, 어느 순간은 그 목적을 상실할 때도 있지만 그의 주변에는 좋은 아내와 친구가 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열아홉 시간을 날아가거나 말도 통하지 않는 일본으로 가기도 한다. 이런 여행을 보면서 시간과 금전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 듯한 그에게 부러움을 먼저 느낀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마음먹은 대로 옮기는 실천력이다.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인터넷과 과거를 뒤져 기필코 찾으려는 노력을 그는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 그는 서른이라는 나이에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이런 친구 찾기를 통해 한 가지 배운다. 지루하다고 했던 것이나 주변에 늘 그냥 있는 것들에게서 의미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일상이 의미를 가지고 가족, 건강, 친구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소중한 옛 친구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가 인생 여행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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