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책중독자의 고백
톰 라비 지음, 김영선 옮김, 현태준 그림 / 돌베개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나 자신이 책 좀 읽는다고 자부한 적이 있다. 그런데 금방 주변에 나만큼 읽는 직장 동료가 보였다. 그후 백수로 살면서 그때보다 몇 배로 읽으면서 이제는! 하고 생각했다. 이런 조그마한 자부심이 깨지는 데는 불과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 북카페를 통해 나보다 더 고수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책을 한 권씩 모으는 습관이 심해진 것도 그때인데 몇몇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 나보다 많은 책을 가진 사람이 없을 것이란 착각이 깨어진 것도 바로 그때다. 또 나와는 달리 잘 정리된 책장과 책들을 보면서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책중독자의 고백에서 시작하여 치유하기 까지 모두 열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나보다 훨씬 더 중증인데 공감하는 부분을 처음부터 발견했다. 그것은 똑같은 책을 사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혹은 알면서도 말이다. 가끔 산 것을 잊고 다시 산 책이 발견될 때면 좁은 집 공간을 생각하며 왜 샀지 생각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인 책 더미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언젠가 이전에 읽은 책을 찾으려고 몇 시간을 뒤지다 포기하고 직장동료에게 빌린 적이 있다. 어느 날 책 더미가 무너져 정리하다 그 책을 발견하고 황당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책중독자 테스트를 해보면 상당히 중증으로 나온다. 사실이다. 집에 쌓여 있는 책 더미들에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들이 수십 수백 권 있지만 새로 나오면 또 산다. 서점에서 받은 마일리지가 쌓여가면서 또 한 번씩 정리하며 산다. 이벤트가 벌어지면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산다. 반값행사를 하기에 마일리지 소진을 위해 목록을 보았는데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책들 중 가지고 있는 책이 더 많다. 혹시 또 같은 책을 사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하면서도 없는 책이라고 생각하고 주문한다. 읽는 것은 나중이고 할인과 이벤트에 그냥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전혀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이유로 산다. 이유는 ‘언젠가 읽겠지’다. 

책중독 중에 다행스러운 것은 희귀본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책 상태가 좋은 것을 선호하지만 초판본이나 희귀본을 특별히 수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덜하지만 이전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는 꼭 서점이었고, 새로운 동네에 가면 헌책방을 둘러보았다. 싸게 나온 책 중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있다면 득템했다는 기쁨에 젖었고, 들고 간 가방만으로 부족해서 끈으로 묶어 들고 오기도 한다. 서점의 할인코너나 정액코너는 잠시 고민에 빠지게 하지만 지갑을 열게 한다. 언젠가 볼 것이란 이유로 말이다. 좁아지는 공간과 점점 많은 돈이 들어가는 책구입을 생각하면 가끔은 희귀본으로 한정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언제부터인지 내 손에서 책이 떨어진 적이 없다.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나 화장실에 갈 때면 늘 손에 한 권의 책이 있다. 혹시 들고 다니던 책을 다 읽게 되면 불안해하고 혹시 그때 누군가의 집에 있다면 그 책장의 책을 뽑아서 읽는다. 두 권을 들고 다니면서 읽으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책의 무게와 새로운 책을 사 넣어야 하는 공간을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읽을 순서를 정해놓고 있기에 읽던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중이라면 다르지만. 언젠가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깨어나 심심해서 끄집어낸 책에 빠져 정신없이 읽은 적도 있다. 당연히 빌려서 그 날이었나 그 다음날 다 읽었다. 다른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재미없었다고 한다. 

이전에 사진으로 지하실 공간을 책으로 가득 채운 사람들의 서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나의 가슴 속에 그런 공간에 대한 열정과 열망이 샘솟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그런 공간을 좋아하는 짝을 만나기도 힘들고, 그런 공간을 만들만큼의 재력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책들을 보고 너무 많다고 버리라고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요즘 e-북이 많이 나오는데 공간을 위해서 갈아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한다. 예전에 업무 시간 중 시간이 남아서 다운 받아보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역시 손에 들고 읽는 맛이 아직은 좋다. 서점을 가면 수없이 많은 책들 사이에서 정신을 못차리고 사고 싶은 욕망에 휩싸인다. 다행인 것은 역시 돈 부족이다. 공간 부족이다. 이렇게 나의 책중독 이야기는 간략하게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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