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ZA(Zombie Apocalypse)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이다. 사실 소설에서 좀비는 좀 낯설다. 그 낯설음은 좀비가 하나의 단위로 등장할 때 그 위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무리를 지어 덤빈다면 다르다. 대부분 좀비 영화나 소설이 종말론적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과 달리 좀비들이 더 강해지고 빨라지고 더 많은 지역 때로는 전 세계로 확산된다. 살아있는 시체에 집중하는 작품도 보이지만 그 원인을 바이러스 때문으로 돌리는 작품이 많이 나오는 것도 하나의 추세가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작품이 실려 있지는 않다. 모두 다섯 편이다. 대상작인 <섬>은 읽으면서 강풀의 만화 <당신의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과 전개도 분명 다르다. 그런데 아파트라는 공간과 좀비라는 존재가 순간적으로 그 작품을 떠올렸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갇힌 아파트는 섬과 같다. 그가 밖으로 나가는 경우는 먹을 것을 찾아가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거리를 걷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좀비처럼 분장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공포적인 분위기보다 왠지 모르게 경쾌한 느낌이 더 난다. <어둠의 맛>은 풍자적이다. 첫 좀비가 나오는 공간을 용산으로 잡았다. 세입자 중 한 사람이 시발점인데 그 시작이 가슴 아리다. 현실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현실을 넘은 후 다시 현실 문제로 돌아온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종말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조금은 색다른 좀비가 등장하면서 강한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특히 좀비의 장점을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살짝 끌린다. 역시 이 작품도 공포보다는 유쾌한 모습과 그 속에 담긴 아픈 현실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잿빛 도시를 걷다>는 재미나 구성면에서 가장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외톨이로 살고 있던 그녀가 세상 변화를 모르는 것은 좋은데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왠지 앞부분과 불협화음을 이룬다. 모성애와 새로운 좀비헌터들의 등장이 공포와 액션 모두 부족하게 느끼게 만든다. 잿빛 도시의 회색 빛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으면서 공중에 그냥 뜬 듯하다. 예상하는 결말을 뒤틀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 오히려 그것보다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론 여기서 예상하는 결말은 나의 예상이다. <도도 사피엔스>는 영화 이미지가 가득하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문용어를 비롯한 과학지식을 잘 녹여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점에 비해 아쉬운 것은 역시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긴장감 부족이다. 인류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에 비해 너무 무난한 전개다. 분량에 비해 이벤트가 부족한 것도 역시 아쉽다. 하지만 역시 잘만 다듬는다면 매끈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정 부분 할리우드의 분위기가 풍길 수 있지만 말이다. 진행의 가속도를 빠르게 올리고 공포를 더 강화한다면 장편으로 바뀌어도 부족함이 없다. <세상 끝 어느 고군분투의 기록>은 어느 날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발견한 한 줄기 희망을 노래한다. 읽으면서 밀라 요보비치의 <레지던트 이블>의 한 장면이 연상되었다. 그녀와 같은 강력한 파워를 갖추지는 못했지만 생존자들의 노력이 눈길을 끈다. 이 작품도 역시 생존의 제일 요건으로 즉각적인 살해로 규정하고 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기본 전제 조건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공존이 아닌 파괴라는 전개가 왠지 조금은 씁쓸하다. 제목은 종말을 맞이했을 때 소수자가 된 인간이 섬과 같은 곳에 갇히고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섬은 또 성이자 유일한 생존의 터전이다. 이곳을 벗어났을 때 미래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가 평소 희귀동물들을 격리 보호하는 것처럼 종말의 세계에서 사람은 스스로를 가둔다. 아직 초기에 있는 한국 좀비 문학이다 보니 해외 작품과 비슷한 모습과 인용한 부분도 많이 보인다. 공포 쪽에서도 분명 주류는 아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작가들이 나온다면 가장 한국적인 좀비가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