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 공화국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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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향락, 패거리의 요새 밀실접대 65년의 기록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한국 사회문화사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을 아직 읽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저자의 다른 책들을 읽었고, 그의 저작들에 대해 신뢰를 느끼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의 현실을 낮 뜨겁게 만났는데 이제는 어둠 속 현실을 마주한다. 그 공간이 바로 룸살롱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끼고 한 것 이상의 기록들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그 중심에는 기존에 출간 출판된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나열하면서 하나로 꿴 강준만이란 저자가 있다.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방 이후 요정에서 현재의 룸살롱까지 연대순으로 이야기한다. 현재의 룸살롱 이전에는 요정이 있었다. 요정하니까 왠지 근대의 풍경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전에 읽었지만 무심코 지나갔거나 잘 몰랐던 것 중 하나가 있다. 해방 후 임정의 독립투사들 중 일부가 요정에서 흥청망청 놀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마주하면서 왜 그들이 정권을 획득하는데 실패하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다시 4.19 혁명 후 그 주역들인 대학생들이 요정에 출입했다는 기록과 2000년 5월 5.18 룸살롱 사건과 이어진다. 이런 기록들은 학창시절 이래 오랫동안 품고 있던 왜 그렇게 많은 대학생 투사들이 지금은 사라지고 권력과 금력의 앞잡이가 되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조그마한 해답이 된다. 

요정을 거쳐 룸살롱으로 오게 된 시대적 흐름과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게 된 시기와 그 시대의 풍경도 같이 보여준다. 이 하나의 흐름은 정권의 변화 속에서도 변함이 없다. 아마도 많은 권력자들이 영웅호색이란 단어를 사용하여 이것을 옹호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신들이 하면 문제없고 다른 사람이 하면 문제가 된다는 그들의 생각이 법이나 규제나 지시로 나타난다. 국회의원들이 술 먹고 실수한 사건을 주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거나 룸살롱에서 형량이 거래되는 현실이 언론을 통해 그대로 보도된다. 이 보도에 대한 법원의 협박은 신문사를 움츠려들게 만들 정도다. 왜 아니겠는가!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그들인데.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납품업자들이 엄청난 금액의 접대비를 지출하는 공간이 바로 룸살롱이다. 예전에 친구가 말하길 너무 그런 곳만 다니다보니 새롭고 신선한 곳을 찾게 된다고 할 정도로 그들은 익숙하다. 접대를 해야 하는 쪽에서 좋아하지도 않는데 같이 술을 마시고 2차까지 보내줘야 하는 상황은 분명 고역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부러움도 있었다. 그런데 한두 번 해보면 이것이 얼마나 고역인지 알게 된다. 뭐 룸살롱까지 가지 않는다 하여도 이런 접대의 어려움은 알 수 있다. 오죽했으면 친구들하고 편하게 소주 한 잔 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하겠는가. 접대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짜증과 고민과 걱정으로 가득하다. 

저자가 룸살롱 공화국이라고 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예전에 접한 소식들인데 잊고 있던 기록들이 하나의 주제로 꿰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논문이나 신문기사나 인터넷 글들을 목적에 맞춰 문장으로 만들고 이것을 이어서 자신의 주장처럼 표현하는 그의 특징이 이번에도 잘 드러난다. 어느 순간에는 그의 주장은 어떤 것인가 찾게 될 정도로 인용된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런 발췌된 인용문들이 현상을 설명하고, 객관성이라는 모양을 띄면서 그의 주장을 말해준다. 재미난 구성이자 서술방식이다. 

많은 글 중에서 집창촌과 관련된 성매매특별법이 눈길을 끈다. 개인적으로 집창촌을 반대한다. 문제는 이곳이 아니라 여기를 단속하고 없애면서 음성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기타 유사 성행위 업체로 숨어들었다. 그보다 더 문제는 전시행정으로 실제 매춘이 일어나는 곳은 제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범람하는 수많은 데이트 사이트나 풀살롱 사이트를 제외하더라도 길가에서 보이는 안마시술소만 가도 적발하는 것이 너무 쉽다. 그리고 적발 지역도 강남에 비교해 저렴했던 곳들이다. 뭐 대중에게 너무 알려진 대표지역이란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 강남의 유명한 지역들은 전시행정만을 위해 한두 곳 적발하는 정도다. 더욱 웃긴 것은 이 적발된 사실을 업체 홍보에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고급 룸살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곳들은 높으신 분들이 드나드는 곳이니 함부로 경찰이 다가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대형교회가 주말이면 도로를 주차장으로 사용해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텐프로의 정확한 의미다. 이전에는 아주 특별한 여자들이 나오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호스티스의 화대 중 10%만 마담이 가져가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는 주가와 연동하여 여의도 룸살롱 영업이 변한다는 것이다. 정말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대한민국 성인남자 중 룸살롱을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비용이 문제일 뿐이다. 이런 비용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바로 접대다. 현찰로 받는 것이 아니니 접대 받는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이것과 비슷한 것이 바로 골프다. 골프만 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골프 후 룸살롱까지 같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말 한국은 룸살롱 공화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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