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시마다 소지의 새로운 주인공인 요시키 형사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이다. 출간된 년도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에 올라갔는데 주간 문예춘추 선정 ‘20세기 미스터리 30’에 선정되었다. 이런 수상 경력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역시 시마다 소지란 작가 이름이다. 물론 최근에 나온 작품들 중 몇 편이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첫 작품인 <점성술 살인사건>의 영향력 때문이 졸작이기 때문은 아니다.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에서 읽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겼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단순한 본격이 아니다. 사회파적 문제의식을 녹여낸 작품이다. 그것도 한국과 관련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쇼와 32년 즉 서기 1957년 1월 홋카이도 삿쇼 선 열차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야행열차 속에서 한 피에로가 땀을 흘릴 정도로 열심히 춤을 춘다. 그가 사라진 후 총소리가 들린다. 늦은 밤 혹시 꿈이 아닌가 생각했던 관찰자는 이 소리에 잠이 달아난다. 그 혼자만 이 소리를 들은 것이 아니다. 이 총소리를 듣고 피에로를 찾지만 어디에도 없다. 변소를 열려고 하지만 잠겨있다. 차장을 통해 문을 연다. 그런데 그 속에 방금 전에 춤을 추던 피에로 시체가 촛불 속에 쓰러져 있다. 조금 관찰하다. 자살한 듯하다. 머리에 총상이 있다. 문을 닫는다. 하지만 이 특이한 광경을 사람들이 더 보려고 하고, 촛불을 꺼지 않았다는 지적에 다시 문을 연다. 놀랍게도 피에로 시체가 사라졌다. 그 좁은 공간에서 다 큰 어른이 틈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기묘한 사건이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현재다. 하모니카를 멋지게 부는 부랑자 노인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의 상점가에서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찔러 죽인다. 그 전 상황을 보면 여주인이 소비세 12엔을 받기 위해 쫓아가다가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노인의 행동을 보면 치매에 걸린 듯하다. 너무나도 범인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분명한 살인사건에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 점을 주시한 요시카 형사는 단지 소비세 12엔 때문에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고 느낀다. 정체도 분명하지 않은 노인이고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는다. 언론은 한창 소비세 논쟁이 있던 상황에서 좋은 기사거리를 찾았다. 이 기사를 본 교도소 교관 덕분에 노인의 정체가 밝혀진다. 유아유괴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26년간 비참한 복역 생활을 한 나메카와 이쿠오다. 

노인의 정체도 밝혀졌고, 증인도 많은 사건이니 이제 끝내도 될 듯하다. 그런데 요시키는 뒤끝이 개운하지 않다. 교도소를 찾아가고, 나메카와와 친했던 수감자 하타노를 만난다. 그를 통해 들은 말은 노인이 유아유괴범이 아니라는 것이다. 열약한 교도소 환경과 나메카와가 어떤 괴롭힘과 고통을 당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노인이 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소설이 책 처음에 나온 기묘한 피에로 열차사건이다. 몇 편 더 있는데 책 중간중간 나온다. 어떤 소설은 섬뜩하고, 어떤 작품은 환상소설 같다. 하지만 이 소설이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다. 사실이 하나씩 밝혀질 때 소설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과거로 가면서 놀라운 비밀을 밝혀내고, 가슴 아프고 일본이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과거사가 하나씩 드러난다.

본격의 대가답게 작가는 열차와 관련된 트릭을 아주 재미있게 심어놓았다. 읽으면서 어느 정도는 <점성술 살인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순히 트릭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에도 눈길을 많이 주었다. 나메카와의 누명을 역설한 하타노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누명이란 무리한 질서 유지 혹은 치안 유지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범인이 나오지 않으면 주민에게 사회 불안이 싹트고 나아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솟는다. (중략) 세상에 알려진 흉악한 사건에는 반드시 결말을 지어둘 필요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일본인의 행복을 위해 행해지는, 정의라는 명목의 불합리한 폭력입니다.”(152쪽) 이 말을 일본에만 한정시키기에는 너무 우리의 현실이 뻔하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이런 시선 돌리기 혹은 감추기 자주 보이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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