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책 읽기 전 토머스 페인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책 날개에 나오는 소개만으로 충분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그의 영향력이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간략한 정보를 가지고 읽으면 그의 말년과 사후의 행적에 쫓는 이 책이 말하는 바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물론 이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토머스 페인이란 이름이 낯설고, 저자는 과거의 시간 흐름 속에 현재를 집어넣어 서술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잠시만 방심해도 헛갈린다. 이런 약간의 수고와 집중력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면 19세기 미국과 영국의 정치변화를 조금씩 알게 된다. 

<상식>이란 책 제목만 보면 예전에 보던 <시사상식> 같은 책들이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그렇게 두껍지도 않다. 100쪽도 되지 않는데 그 시대를 생각하면 1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책 속에 핵심이 인용되어 나오지만 더 간략하게 요약된 것은 인터넷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토머스 페인을 검색하니 <상식>의 핵심 요약 정보가 나온다. 그것은 영국 왕실로부터 완벽하게 독립적인 아메리카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야 하고, 미국독립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란 주장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는 아직도 영국의 식민지였고, 조지 워싱턴과 벤저민 프랭클린도 독립에 반대하던 시기다. 그의 상식이 얼마나 앞서 나갔는가. 또 얼마나 대단한가!

저자는 단순히 토머스 페인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그의 유골을 둘러싼 행적과 미스터리를 통해 그 시대와 선구적인 인물들과 정치 변화 등에 대해 말한다. 이야기 전개 방식은 현재의 내가 과거 토머스 페인의 유골이 이동한 경로를 쫓아가면서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과 그들과 관련된 삶과 시대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그 유골을 파헤치고 소유한 사람들을 뒤따라가면 몇 가지 공통점이 생긴다. 그것은 그들이 하나같이 노예제 폐지, 여성의 권리, 채식주의, 평화주의까지 온갖 대의를 위해 싸운 활동가였다는 우연이다. 어떻게 보면 우연이지만 페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존경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페인의 비참했던 말년부터다. 그가 끼친 영향력을 생각하면 그의 말년은 비참하다. 가난하고 술에 찌들고 병으로 고생하면서 남에게 얹혀산다. 그에 대한 비난은 정확한 근거 없는 모략에 가깝다. 그의 죽음이 어쩌면 조그마한 평화인지 모르겠다. 죽음이 휴식이 되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한 인물이 그의 유골을 파헤쳐 가져간다. 그가 바로 윌리엄 코빗이다. 그도 처음엔 페인을 공격하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저작들을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 페인의 유골을 들고 다니면서 처음과 다른 주장을 펼치기 시작한다. 진보한 것이다. 

그처럼 초년의 사고방식이 중간에 바뀐 인물이 있다. 몬큐어 콘웨이다. 처음에 그는 순회설교자였고, 노예 옹호자였다. 흑인을 인간으로 보지도 않았다. 그러다 벌거벗고 순진무구한 흑인 아이들을 보면서 변화의 조짐이 시작된다. 이 변화는 에머슨을 만나면서 더욱 빨라지고, 그의 철학과 사고는 앞으로 나아간다. 예전에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을 바로 잡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그 와중에 알게 된 페인은 그의 자서전을 쓸 정도로 빠졌다. 이런 그가 코빗에서 시작한 유골의 행적에 관심을 가지고 쫓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저자 혹은 역자의 부드럽게 이어지는 문장에 빠졌다.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읽었다. 거기에 수없이 등장하는 유명인사와 지금 기준에서 보면 황당한 사건들이 나온다. 어떤 면에서는 지금은 숨겨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시대의 상식이나 진보가 황당하거나 상식으로 변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인상이 더 강하게 든다. 또 하나의 의문은 단지 하나의 유골일 뿐인데 왜 그렇게 집착을 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하나의 존경 혹은 상징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주장했던 가치들을 생각하면 조금 반감이 생긴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면 흥미로운 구성이다. 이 행적을 통해 페인의 유산이 어떻게 변하고 발전하는지 조금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쉽게 ‘그것은 상식이다’라고 말한다. 그 상식이란 것이 사실은 처음부터 상식은 아니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상식은 긴 세월을 거쳐 검증과 반론을 통해 다져져 온 것들이다. 나중에 바뀔 가능성도 많다. 변기나 전주 등의 에피소드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시대에 혁신적이고 진보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낡은 것 혹은 일상적인 것이 되었다. 또 정치적으로 여성 참정권이나 노예 해방이나 평화주의 등도 처음엔 아주 진보적이고 혁명적이었다. 당연히 지금은 상식이다. 이런 정치적 철학적 변화는 이 책의 재미다. 시대의 벽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싸우며 그 한계를 넘으려는 그들의 행적은 지금도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마지막에 “토머스 페인이 어디에 있는가? 독자여, 그가 없는 데가 어디인가?”(272쪽)라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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