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과 미스터리는 좋아하는 두 장르다. 뭐 워낙 좋아하는 장르가 많다보니 그냥 하는 말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말이다. 청춘소설로 볼 수 있는 것은 화자인 아키우치와 그의 친구들과의 관계 때문이다. 미스터리는 당연히 이 네 명이 알고 있는 한 소녀 요스케의 죽음 때문이다. 시작은 뭔가 분위기가 묘한 카페에서 이 네 친구가 비를 피하기 위해 모인 순간부터다. 그리고 미스터리 소설에서 자주 본 듯한 “이 중에 살인자가 있는지 없는지.”같은 도발적인 문장으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살인자 이야기에 비해 이어서 나오는 장면들은 한 순진한 청년의 풋풋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아키우치는 짝사랑하는 치카의 연락을 받고 택배 아르바이트 사이에 친구들을 만나러간다. 그 친구들은 쿄야, 히로코 등이다. 이 네 명은 아키우치와 쿄야의 만남에서 시작하여 곧 쿄야와 히로코가 사귀고, 그녀의 친구 치카가 함께 하는 형태다. 물론 여자에게 말도 못 건네는 아키우치가 치카를 미남자로 착각해 자연스럽게 말은 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곧 여자임을 알고 그의 입은 자물쇠로 채워진다. 그녀에게 반한 것도 바로 그 순간이지만. 이런 관계를 설명하면서 한 청년의 청춘을 느끼게 만든다. 이 관계들은 이후 한 편의 청춘소설 같은 재미를 준다. 치카의 부름을 받아 간 곳에서 먼저 만난 사람은 쿄야다. 혼자 낚시를 하고 있다. 곧 대학 조교수인 쿄쿄 선생의 아들 요스케가 큰 개 오비와 함께 나타난다. 아이의 말과 행동은 상당히 똑똑해 보인다. 잠시 후 음료수를 사러간 히로코가 온다. 이들의 만남은 아르바이트 호출로 깨어진다. 그가 만나길 바랐던 치카는 아직 오지 않았다. 떠난다. 그때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녀가 온다. 하지만 그는 가야만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평범한 청춘소설이다. 그런데 그날 이 세 명이 패밀리레스토랑에서 나오고, 그 길 건너편에서 요스케와 오비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그 순간 분위기는 바뀐다. 쿄야가 소총으로 뭔가를 노리는 듯한 포즈로 로드케이스를 공중으로 향했고 참새들이 몇 마리 날아갔다. 그 순간 오비는 이빨을 드러낸 채 무언가를 듣는 듯 귀를 앞으로 하고 땅을 차고 나선다. 팽팽하게 당겨진 붉은 끈을 잡은 요스케가 끌려간다. 대형트럭이 달려온다. 다행히 오비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요스케가 없다. 소년은 차 밑에 깔려있다. 죽은 것이다. 바로 이 장면과 순간이 이 소설을 미스터리로 끌고 간다. 왜 오비는 갑자기 달려나갔을까, 왜 쿄야는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고 말이다. 단순히 이 장면만 보면 너무나도 범인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뻔한 범인을 내놓는다면 누가 미스터리를 읽겠는가. 여기서 작가는 한 번 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반전을 준비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내놓는다. 누가 범인인가에 대한 이야기지만 한 편으론 한 순진한 청년의 순애보다. 짝사랑하는 치카에서 마음속으로 수많은 말을 하지만 정작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의미하는 듯한 두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 본 그.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실들은 들으면서 의문과 의심만 깊어진 그. 자기 능력의 한계를 알고 동물생태학자인 마미야 교수를 찾아간 그. 자신의 감정을 남들에게 들켰지만 잘 감추고 있다고 자신하는 그. 그의 주변으로 새로운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자신도 모르게 주동적으로 사건 속으로 뛰어든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의 모든 단서를 기억하고 있던 그. 이제 그는 이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꿰어서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내야 한다. 이 과정을 작가는 어떻게 보면 조금 황당할 수 있는 연출로 이어간다. 곳곳에 단서를 숨겨두고 독자를 힘겹게 만든다.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불공정한 전개를 펼치면서. 특히 동물생태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장면들은 아쉬움을 준다. 마미야의 설명으로 모든 것을 알게 되지만 ‘아!’ 나 ‘오!’ 같은 감탄을 자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절하지만 상쾌한 여운이란 표현에 동의한다. 특히 아키우치 세이의 풋풋한 사랑을 볼 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