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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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강준만 교수의 책이란 사실에 눈길이 갔다. 좋아하는 저자 중 한 명이 그다. 그의 저작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지만 늘 관심을 두고 있다. 이번엔 그가 새롭게 책을 내었다는 사실보다 ‘대한민국 9가지 소통 코드 읽기’란 부제에 더 눈길이 갔다. 비판적 글쓰기를 잘하는 그이기에 9가지로 코드로 읽은 한국이 어떤 모습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목차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갸웃했는데 읽으면서 점점 공감하게 되었다. 한국학을 이렇게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구나 하고. 그리고 그 9가지 코드 속에서 자꾸 만나게 되는 용어들은 동의반복이지만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9가지 코드는 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죽음, 전화, 대학, 영어, 피, 간판 등이다. 너무나도 낯익은 단어들이다. 특히 한국인의 특징으로 너무나도 자주 말해지는 ‘빨리빨리’는 누구나 공감할 단어다. 이렇게 나눈 9가지 코드를 통해 한국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자료를 인용하고 해석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이번에 실린 글들은 대중적인 목적에서 썼다기보다 오히려 논문에 더 가깝고 논문으로 발표된 것들이다. 저자는 ‘논문 같은 잡글, 잡글 같은 논문’이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인용되는 문장이나 사례나 통계들이 반복되어 나온다. 이 반복은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키워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논문을 꿰뚫는 이론적 기조는 문화정치학이다. 9가지 코드를 이 이론적 기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그 전에 저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여하튼 한국놈들은’이란 말 속에 담긴 민족성 담론의 문제를 되짚고 넘어간다. 분명 개개인은 다르지만 이런 단순화가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물론 너무 단순화하여 모두 혹은 모든 것에 적용하는 데는 반대한다. ‘조심스럽고 슬기롭게 쓰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자’는 그의 주장에선 열린 마음과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된다.

빨리빨리. 이 단어는 나도 자주 하는 말이다. 입에 늘 붙어 다니는 말이다. 저자는 이 단어에서 다섯 가지 동인을 찾아낸다. 일극주의, 군사주의, 수출주의, 평등주의, 각개약진주의 등이다. 이 5대 동인들이 ‘각기 독립적인 것이 아니며 상호 간섭과 조합을 다른 유형의 행동양식을 낳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온 것이 셋 있다. 일극주의, 평등주의, 각개약진주의 등이다. 다른 둘은 너무 익숙한 단어고, 예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이 셋은 새롭게 다가오거나 전혀 다른 해석으로 나와 우리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일극주의. 처음엔 무슨 뜻인가 했다. 하나의 정점을 향한 강력한 중앙집중 체제를 의미한다. 서울에 대한 집중이나 대통령으로의 권력 집중 등과 같은 하나의 정점으로 달려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어다. 서울 집중은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로 이어지고, 아파트 문제, 대학 서열화 등과 이어진다. 또 권력이 대부분 중앙으로 집중되면서 벌어지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만 다루지 않고 중앙집중으로 인한 효율도 같이 다룬다. 다양성은 사라졌지만 역동성과 활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고 말하면서.

평등주의는 흔히 말하는 그 평등이 맞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후 “너도 하면 나도 하겠다”는 평등의식이 생겼다고 말한다. 특히 이웃효과를 말할 때 그 공감도는 더 높아지고, 한국적 평등주의가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 삼는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의 상승욕구에 대한 단서를 발견한 듯했다. 그래서 행복의 측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지적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계급사회가 무너진 후 평등주의가 우리 삶에 다가왔다고 주장한다. 거기에 남처럼 할 수 있다는 경쟁의식이 속도와 맞물려 더 빨라졌다고 한다. 9가지 코드에 모두 적용되는 단어다. 평소 무심하게 내뱉고 생각했던 말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각개약진주의는 사실 가장 의외의 해석이다. 한국인의 단독성향이 강해진 이유로 국가가 개인을 보호해주지 못한 세월이 길었던 근현대사의 불행을 말할 때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각개약진주의는 일종의 극단적 개인주의라고 볼 수 있는데,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말에 의문을 순간 품지만 “한국에서 생존 경쟁이나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개인주의적이지만 삶의 가치나 타인지향성만큼은 집단주의적이다.”란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자주 인용되는 월드컵 신드롬은 ‘각개약진에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집단주의 축제’라는 말에 그 시절 나의 모습이 이해되었다.

이후 나오는 코드들도 이런 키워드를 통해 분석하고 해석되어진다. 또 분단으로 인해 남한을 섬이라고 표현했을 때 이런 지정학적 위치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낯설지만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9가지 코드를 통한 해석과 분석이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인정하고 그 후 문제점들을 보자는 것이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신의 철학이 깔려있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으려는 노력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만약 간단한 책 소개를 보고 싶다면 책 뒷면에 나오는 코드와 간략한 요약들을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다. 호기심이 생긴다면 그 속에서 한국적 삶의 코드를 하나씩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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