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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로스트 Moon Lost 1 ㅣ 문로스트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호시노 유키노부란 이름을 내 머릿속에 각인하게 된 작품이 있다. 그것은 <2001 스페이스 판타지아>다. 이 만화를 읽으면서 이전에 많이 읽었지만 몰랐던 일본만화의 다른 재미를 알았고, sf문학이 어떻게 만화 속에서 구현되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일본이 만화의 강국이다 보니 당연한 듯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sf문학을 잘 그려내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낯선 환경과 외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이며, 미래의 삶을 어떤 식으로 풀어낼지는 특히 어려운 문제다. 거기에 각 개인이 상상하는 이미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 이런 모든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만화였다.
이런 기대를 안고 읽은 비교적 신작 <문 로스트>는 전작을 뛰어넘기에는 힘이 부쳤다. 작가가 그려내고 표현하는 미래의 풍경이 변함없이 뛰어나지만 깊이와 풍성함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준다. 물론 이것이 작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쩌면 나의 높은 기대치가 만들어낸 환상 탓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는 브레인월드 이론에 대한 낮은 이해도도 문제다. 우주가 얇은 두께의 막과도 같다는 개념인데 이 얇은 거리 속에서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는 이론이다. 인공적으로 극소형 블랙홀을 만든다는 설정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을 뒤흔들 정도라 더욱 그렇다.
시작은 할리우드 영화의 방식으로 시작한다.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전체 길이 51킬로미터의 거대한 소행성이 있다. 초속 43Km로 날아온다. 이 설명만 가지고는 사실 어느 정도의 위협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라면 멋진 영웅들이 등장하여 이 운석의 방향을 바꾸거나 폭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과학적으로 이런 작업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브레인월드 이론과 인공적인 극소형 블랙홀이다. 뒤로 가면 이 이론이 참 재미있는 방향으로 상상력이 표출되는데 이것은 나중의 문제다. 지금은 하나의 정설처럼 굳어지고 있는 공룡 멸망설의 원인인 소행성보다 훨씬 크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 소행성을 제거하기 위해 달기지에서 극소형 블랙홀을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계산하고 예측했던 결과를 벗어난다. 극소형 블랙홀이 소행성과 함께 달도 삼켜버린 것이다.
지구에서 항상 보이던 달이 사라졌다. 달의 조석 효과가 사라지면서 지구에 뒤틀림이 생기고, 일기에 대 격변이 일어난다. 극지의 얼음이 녹아 낮은 지대는 물에 잠기고, 북미대륙은 영화 <투모로우>처럼 얼어붙는다. 지구와 달의 인력관계가 사라지면서 안정적이었던 지구의 기울기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고착되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는 것이다. 축이 변하면서 기온의 변화가 고정되지 않고 불안이 높아진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달과 같은 크기의 위성을 하나 만들거나 가져오는 것이다. 그 달은 바로 목성의 제2위성 에우로파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첫 사고 후 15년이 흐른다. 새로운 인물들이 나온다. 뒤틀린 지구에서 힘의 균형도 큰 변화가 있을 듯한데 작가는 썩어도 준치라고 중심세력을 유럽과 미국으로 설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두 대륙의 대립이다. 만약 지금 에우로파를 지구의 달로 만든다면 미국은 현재의 얼어붙은 땅으로 남아야한다. 강대국의 이익이 이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20년 뒤 미국이 예전의 기온 상태일 때 달을 가져오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불안정을 걱정하는 유럽과 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이슬람 국가들은 현실이 더 중요하다. 이런 갈등을 안고 에우로파를 포획하기 위해 우주선은 지구를 떠난다.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과학적인 설명과 이익집단들의 갈등과 자기희생 같은 약간은 전형적인 것들이다. 거기에 더해지는 하나의 가설은 두꺼운 에우로파의 땅 밑에 새로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간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면 이 생명체와의 교신이나 대립 등도 나올 법도 한데 작가는 그 존재 의미만 다룰 뿐 더 나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갈등하는 두 강대국의 대립과 음모의 연속은 예상했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다가온다. 살짝 아쉬운 대목이다. 거대하고 위대한 작업과 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더 초점을 맞췄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만화계의 아서 C. 클라크로 불린다고 한다. 분명히 거장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소설이 아니라 만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읽기 편하다. 하지만 분명히 아서 C. 클라크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새로운 이론을 과학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점이 있지만 극적 장치를 만들고 풀어내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특히 아쉬웠던 갈등과 음모 부분은 더욱 그렇다. 인간적인 면을 본다면 호시노 유키노부가 더 자세하다. 이 부분은 취향에 따라 많이 갈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만화를 읽으면서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것은 이 작가의 만화 모두 읽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