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컨스피러시 뫼비우스 서재
스코트 마리아니 지음, 이정임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모차르트가 살리에르에게 독살되었다는 가설을 사람들에게 강하게 심어준 작품이 바로 영화 <아마데우스>다. 이 영화 덕분에 가설은 하나의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하나의 가설이나 설정이 사실처럼 굳어진 것이 우리 주변에는 상당히 많다. 그것이 상업적으로 혹은 애국심과 연결될 때 그 위력과 영향력은 더 오래가고 커진다. 반면에 음모론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뛰어난 작가나 영화 감독의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프리메이슨에 대한 수많은 음모론은 단연 돋보인다.

사실 이제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음모론이 조금은 식상하다. 너무 많이 접했고, 너무 자주 다루어졌고, 과장되게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했을 텐데 후세 역사가나 작가들이 이를 부풀리면서 신뢰도에 의문이 생긴다. 또 어떤 작가는 좋은 조직으로, 다른 작가는 악마 숭배자 등으로 그려내면서 그 정확한 실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프리메이슨에 대한 나의 기존 상식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만들었다. 하나의 조직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밝은 면과 어두운 면으로 나눈 것이다. 그리고 어두운 조직이 어떻게 현실에서 그 힘을 계속 발휘하게 되었는지 간략하지만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하지만 그 이상 더 깊은 곳으로까지 파고들지는 않는다.

늘 그렇듯이 광고 문구는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제임스 본드와 다 빈치 코드의 완벽한 만남이란 문구는 더욱 그렇다. 스파이 액션물의 정점 중 하나인 제임스 본드와 팩션에 거대한 획을 그은 <다 빈치 코드>을 동시에 나타내는데 눈길이 머물지 않는다면 아마 장르 문학 애호가가 아닐 것이다. 물론 이 작품을 선택해서 읽고 안 읽고는 다른 문제다. 개인적으로 팩션 스릴러보다 액션 스릴러로 더 분류하고 싶은데 사실 이런 분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억지로 분류하자면 팩션보다 액션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전직 SAS 대원이었던 벤 호프임을 생각하면 말이다.

최근에 읽은 액션물에서 주인공들의 활약은 거의 초인에 육박한다. 거칠고 무자비하면서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이런 액션은 보는 순간 시원하고 통쾌하지만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무협이 어느 순간 인간의 경지를 넘어 신의 영역에 가까워지는 것을 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런 장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이나 화려함은 눈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점점 더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이 저절로 그런 장면에 머문다. 더욱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런 것들에 중독되었으니.

벤 호프 시리즈 중 첫 권이다. 현재 모두 6권이 나왔다. 이제 한국에 처녀작이 나왔으니 다섯 권의 즐거움이 남아있다. 즐거움이란 단어를 사용한데는 이 캐릭터가 보여준 무자비하고 주저함 없는 액션 때문이다. 그는 처음 등장한 순간부터 그랬다.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활약은 어릴 때 가장 좋아하던 방식이다.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지만 냉정한 판단은 결코 버리지 않는 인물 말이다. 특히 살인에 대해서. 그의 이런 행동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 리 루엘린의 전화를 받고 간 순간에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더 빨라지고 무자비해졌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사건의 발단은 리의 오빠 올리버의 죽음이다. 그는 하나의 장면을 목격하고 이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불행하게도 이 사실이 발견된다. 쫓기는 와중에 찍은 동영상을 전송하려는데 불행하게도 인터넷 연결이 끊어진다. 시디로 구워 동생에게 우편으로 발송하지만 그 직후 악당들에게 잡힌다. 그를 죽이는 방법으로 악당들은 겨울철 익사를 선택한다. 공식적으로 익사로 처리되었고, 너무나도 매끄러운 증인들로 주변사람들이 납득했다. 그런데 리의 인터뷰에서 다시 과거의 사건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리를 납치하려고 했고. 이에 두려움을 느낀 그녀가 옛 연인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 이후 장면들은 쫓고 쫓기는 전형적인 과정을 겪으면서 하나씩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다. 이 진행이 어느 정도 <다 빈치 코드>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바로 벤 호프다. 

올리버가 남긴 단서를 쫓아다니면서 파헤쳐지는 사실들은 그렇게 큰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의 어두운 조직이 어떻게 그 힘을 키워왔는지도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정보의 깊이나 양에서 충격을 줄 정도가 아니다. 이런 음모론이 중심에 있다는 느낌보다 벤 호프의 활약에 더 눈길이 간다. 유럽 대륙을 돌아다니며 의혹을 파헤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런 숨겨진 비밀이 있었군.’ 할 정도가 아니다. 이 부분은 사실 아쉽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단숨에 날릴 정도로 몰입하게 만드는 벤의 활약과 몇몇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는 매혹적이다. 그리고 마지막 설정과 장면은 과유불급이다. 멈춰야 할 곳에 멈추지 못하고 더 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벤 호프 시리즈 다음 권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액션을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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