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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불과 며칠 전 현대 인물이 6세기 과거로 가서 활약을 펼치는 소설을 읽었다. 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다. 이번엔 과거에서 현재로 온 사무라이 이야기다. 둘 다 모두 시간여행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이 둘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이 과학을 이용해 혁명을 이루고자 하는 과정을 통해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을 보여준 반면에 이 일본 소설은 가볍고 감상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현대가 잃어가고 있는 과거의 모습을 살짝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더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트웨인의 소설이고, 가볍게 읽기 좋기는 아라키의 소설이다.
촌마게는 낯선 단어다. 당연하다. 일본 상투를 그렇게 부르는데 이 소설에선 에도 시대에서 온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의 특징을 나타낸다. 두 자루의 칼을 차고, 사무라이 복장을 하고, 옛 상투를 한 상태로 현대에 나타났으니 놀랄 만도 하다. 그런데 코스프레가 일상적인 일본에서 그렇게 낯설지 않은 모양이다. 싱글 맘 히로코가 처음 그를 보고 생각한 것이 분장인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칼이 나오면서 위험을 느끼고 공포와 낯선 느낌을 받는다. 이때도 그녀는 그가 설마 에도 시대에서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 못한다. 이런 도입부는 이미 여러 시간 여행 소설이나 영화에서 본 것이라 낯익은 것이다.
낯익은 설정과 전개를 보여준다. 야스베가 히로코의 도움을 받다가 그 집에 눌러앉고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생기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 그가 과거에서 왔을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통과의례처럼 펼쳐진다. 그런데 이 과정을 가볍고 간단하게 처리한다. 사실 이 과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되고, 히로코 모자와 야스베의 생활에 집중하게 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같은 나라지만 다른 시간대의 두 문화가 가볍게 충돌한다.
문화 충돌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 부분도 강하게 부각하지는 않는다. 야스베를 통해 사무라이 시대의 예의와 노력을 보여줄 뿐이다. 이것은 현대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가치관이기도 하면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가치관을 야스베의 생활 속에 풀어놓으면서 히로코의 시선으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녀의 삶은 현실에서 이제는 조금 낯익은 싱글 맘이다. 물론 이것이 쉬울 리가 없다. 이 힘겨운 일도 작가는 무겁고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 하나의 생활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녀가 야스베의 도움으로 일에 집중하면서 성취욕을 느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다시 나중에 가사 일 때문에 정체 혹은 퇴보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우선 순위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지만 아쉬운 대목이다.
소설의 재미는 사실 대부분 야스베와 관련된 일에서 생긴다. 그는 현대 음식 중 과자나 케익 등에 놀라고 반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만드는 단계까지 간다. 얼마나 뛰어났는지 아기까지 입에 케익을 묻히고 먹을 정도다. 그 장면을 보면서 입가에 침이 고였다. 그리고 그가 청소를 하면 너무 깨끗해서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그가 이런 일을 하게 되는 데는 히로코의 집에 공짜로 눌러앉아 살면서 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사무라이가 현대로 와서 가정주부의 일을 하는 것이다. 빈틈없이 깔끔하고 깨끗한 일처리는 습관에 붙은 것이고, 이 시간들은 히로코의 아들 도모야와 가까워지고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그냥 무난하고 즐겁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면 좀 지루할까? 그래서 야스베의 TV 케이크 콘테스트 출연을 통해 그의 새로운 삶과 또 다른 변화를 불러온다. 콘테스트는 사실 재미있다. 음식 만화나 영화 등에서 느끼는 화려함과 긴장감을 그대로 전해준다. 과거에서 현재로 온 그의 변화와 삶을 재현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출연으로 얻은 성공은 개인에게 득일지 모르지만 히로코 모자에겐 독이 된다. 히로코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빼앗기고 도모야는 성장기에 가장 중요한 친구이자 스승을 잃기 때문이다. 여기에 살짝 작가는 에도 시대 사무라이 삶을 비틀어서 보여준다. 야스베의 대사를 통해서 말이다. 이런 작업들이 가볍고 재미있는 흥미위주의 이야기에 우리가 현실에서 잊고 있는 삶의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