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해피엔드는 얼마나 될까? 아마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나 소설 등에서 해피엔딩을 바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사회가 안정되어 있을수록 비극을 즐기고, 위험도가 높고 불안정할수록 코미디 등을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말대로라면 현재 우리의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나 자신도 말이다. 이 미스터리 단편 모음집은 해피엔드를 노골적으로 지양한다. 읽다보면 읽음직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거기에 예상한대로 흘러가는 결말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펼쳐지면서 만족도를 높여준다. 일상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낯선 상황으로 들어가면서 만들어내는 비극과 반전이 바로 그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반전과 서술 트릭을 이미 전작 <벚꽃 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경험했지만 단편 속에서 만나니 전혀 새로운 느낌이다. 1999년부터 2007년 사이에 잡지에 실었던 열한 편의 단편을 모았다. 각각 분량이 다르다. <천국의 형에게>같은 단편은 편지 형식으로 분량이 두 쪽 정도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 속에 함축된 많은 이야기를 담고 반전을 보여준다. 길다고 해도 중편이라고 할 정도의 길이를 가진 이야기는 없다. 이 단편집에서 비교적 긴 <강 위를 흐르는 것>은 명확한 사실을 밝히기보다 추리와 가능성만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바꾼다. 마지막에 진실이란 단어가 과연 모두에게 행복한 것일까 하고 묻고 하나의 행복이 다른 행복을 불러오는 것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처음으로 나온 이야기 <언니>는 예상한 전개를 보여주지만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서술트릭을 잘 사용하는 작가의 능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언니에 대한 질투가 과연 그렇게까지 확대될 이야기인가는 뒤로하고 섬뜩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벚꽃 지다>는 가정 폭력을 다루지만 이것을 가족내부의 시선과 이웃의 눈을 교차시키면서 보여주고 있다. 이 전환을 통해 속과 겉이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환기시키고 의문을 품게 만들고 트릭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지워진 15번>은 점점 불안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예상 수위로 높여가면서 파국으로 이끌고 마지막 문장은 애잔한 느낌을 전해준다. <죽은 자의 얼굴>은 섬뜩한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현재에서 과거로 들어가 만난 사건이 다시 현재에 재현되는데 그 결말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대가족 속에는 숨겨진 비밀이 얼마나 많을까! <살인 휴가>는 한 스토커에 대처하는 여자 이야기다. 중반까지는 스토커에 시달리는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반영한다면 마지막 몇 쪽은 광기와 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진짜일까?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각자의 몫이다. 참 안타까운 사랑이야기가 바로 <영원한 약속>이다. < in the lap of mother > 은 도박 중독을 조심하라면서 바로 옆에 도박장을 만드는 우리의 모순된 현실에 대한 비극적 결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존엄과 죽음>은 한 노숙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선의에 의한 것이든 악의에 의한 것이든 폭력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에 펼쳐진 반전의 한 단어는 역시 서술트릭의 대가답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방역>은 읽을 당시는 친구와 선행학습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유치원에서 자신의 딸이 중하위라는 말에 선행학습을 말하고 있었다. 자세하고 깊게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남에게 뒤쳐진다는 불안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짐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아내가 아이를 가르치면서 보였다는 반응은 소설 속 장면들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단순히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 속 문제임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 한국의 현실이 일본의 과거임을 자주 느끼는데 이번도 마찬가지다. 불안과 공포와 아이에 대한 소유욕과 욕망 등이 뒤엉켜 있고, 부모의 역할을 점점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한 가족의 불안정한 공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