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예전에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읽으면서 호루모가 뭔 말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완전히 몰입하지 못해 재미있게 읽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소설에서 호루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이 대항전이 어떤 식으로 펼쳐지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약간의 의미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전투가 펼쳐지는 대항전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청춘남녀들의 미묘한 사랑 이야기도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모두 여섯 개의 이야기가 나온다.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가 연작으로 읽힌다면 이번 소설은 한 남자가 화자로 나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아베고, 그는 가난한 고학생이자 삼수생이다. 그가 이름부터 이상한 동아리 교토대 청룡회에 가입하게 된 것은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기 위해서다. 그 방법은 신입생 모집 동아리에 가서 한끼 식사를 때우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한끼 식사를 위해 간 곳에서 첫눈에 반하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사와라 교코. 그가 반한 것은 특이하게도 이쁜 얼굴이 아니라 코다. 그렇다고 그녀가 못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아베가 코에 더 집착한다는 의미다.

이 소설을 판타지 청춘연애소설로 분류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사랑 때문이다. 아베는 교코를 좋아하고, 교코는 또 다른 동기인 아시야에게 첫눈에 반한다. 이런 묘한 관계 속에 벌어지는 청춘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호루모 대항전이란 판타지 경기와 더불어 뒤로 가면서 상승효과를 드러낸다. 하지만 진정한 재미는 이런 엮인 관계가 아니라 개성 강한 캐릭터 때문이다. 첫 대항전에서 귀어를 잘못 말해 호루모를 외친 귀국자녀 다카무라나 일자머리에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쓴 구스노키 후미 등이 바로 그들이다. 

다카무라는 호루모를 외친 후 사무라이 머리를 하고 돌아다니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베의 고민을 들어주고 나중에 제17조를 행사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구스노키는 그 존재가 미미한 듯하지만 은근히 강한 인상을 준다. 특이한 외형 덕분에 본짱이란 별명으로 불리지만 알고 보면 무서운 실력을 지니고 있다. 알 수 없는 듯한 그녀의 마음이 드러나는 장면은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지만 보는 재미를 준다. 이 둘은 아베가 집착하는 코를 가진 사와라 교코 때문에 벌어진 사건을 무사히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후반부의 재미는 바로 이 둘이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랑과 집착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아베의 행동과 심리를 통해 묻고 있다. 처음에 아베가 교코에게 빠진 것이나 교코가 아시야에게 반한 행동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청춘의 열정에 휩싸인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순수한 사랑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젊은 시절 누구나 경험하듯이 이 같이 뜨거운 감정은 빨리 끓어오른 것만큼 빠르게 식는다. 물론 이 감정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역시 소수다. 그런 점에서 교코와 아시야의 결합은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집착이라고 해야 할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지금에야 안 것이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처녀작이다. 이 작가와 함께 비교되는 모리미 도모히코의 처녀작에 비해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모리미 도모히코가 몇 편의 소설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 것을 생각하면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직 겨우 두 권 읽은 이 작가를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는 그런 생각이 든다. 아직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작품을 읽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뭐 정확히는 어떤 작품이 대표작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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