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창고 살인사건
알프레드 코마렉 지음, 진일상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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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발효 가스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이런 사고가 아주 특이한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대부분은 사고사로 처리할 것이다. 소설의 첫 부분도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단순한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분위기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의 추악하고 비열하고 더러운 과거 행적은 그런 분위기를 확신으로 조금씩 바꾼다. 바로 거기서 누가 죽였는가보다 왜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오스트리아의 조그마한 와인 생산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와인 창고 지하실이다. 이전에 몇 명이나 죽은 와인 발효 가스 사고사와 비슷하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인물은 시몬 폴트 경위다. 처음에 그도 보통의 사고처럼 생각한다. 그런데 그의 아내를 만난 후나 죽은 사람의 주변 사람을 만나면서 의심을 품게 된다. 누구 한 명도 그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알베르트 하안은 바로 그런 인물이다. 이런 분위기가 단순히 살인사건으로 생각하게 그를 인도한 것은 아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하안과 그 주변사람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마을에서 한 사람의 죽음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누구나 서로를 알고 인사를 하는 관계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관계가 틀어지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하안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산다면 이 관계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선다. 그가 부린 술수 때문에 한 노인이 자살을 하고, 그가 지하실에서 소년에게 한 알 수 없는 행동은 소년을 겁에 질리게 만든다. 아내로 향한 가정 폭력은 대상자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조차 등을 돌릴 정도다. 그의 비열함과 폭력성은 이렇게 주변을 파고들수록 끝없이 드러난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누가 왜 죽였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지만 어느 순간 나쁜 인간 하안과 그 주변사람들의 삶으로 이야기가 옮겨가기 때문이다. 피살자의 과거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것은 악취 나는 과거뿐이다. 이 과정을 통해 왜 그가 죽을 수밖에 없는지 점점 동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이 조금은 느슨하다. 긴장감을 불러와야 할 사건이 약간 늘어진 느낌이다. 좀더 깊이 파고들어야 할 사건이나 심리가 주변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 소설을 접근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약간 기대와 다른 부분이 있다. 조그마한 마을의 특징을 감안하고, 사람들의 관계를 고려할 때 나의 기대는 꽉 짜인 긴장감이었다. 하나의 사실에 접근할수록 경찰을 압박하는 사람들과 위협 등을 기대했다. 물론 이것은 기존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늘 보아온 것들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이 소설처럼 풀려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대한 음모가 아닌 분노와 위협에 의한 공포가 원인이 되는 사건 말이다. 정밀하게 계산되고(발효 가스만 생각하면 계산된 것이다),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거대한 음모 같은 것은 분명 없다. 그곳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와인과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과 그들의 과거와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제목에 너무 빠지면 이 소설은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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