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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미사일
야마시타 타카미츠 지음, 김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 옥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고등학생들이었다. 물론 이 미사일이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실제 같은 위력을 지녔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학생 과학 경시대회에 나오는 것이나 영화 속에서 학생들이 날리는 미사일 정도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완전한 착각이다. 옥상은 맞지만 미사일은 너무 쉽게 생각했다. 실제 이 미사일은 미국이 보유한 전략 미사일을 의미한다. 옥상은 이 소설 속 화자인 츠지오 아카네가 과제를 그리기 위해서 올라간 장소이자 그곳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들과 결성한 옥상부를 의미한다.
이 세 명의 남자들 특이하다. 먼저 싸움꾼으로 알려진 쿠니시게는 이 모임을 만든 인물이자 간결하고 직선적인 행동으로 사건에 직접 다가가는 학생이다. 사와키는 짝사랑하는 육상부 미야세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하기 위해 1년간 말을 하지 않는 괴짜다. 옥상부에서 유일한 1학년인 히라하라는 꽃미남 스타일이지만 허무와 권태에 휩싸여 있다. 이런 특이한 남학생 사이에서 홀로 여학생으로 남은 아카네도 어떻게 보면 결코 평범한 여학생이 아니다. 만약 평범했다면 이런 괴상한 부원들의 모임에 참가하지고 않았고, 사건에 휘말리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각 개성 강하고 하나씩 과거를 가진 고등학생들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면 시대적 배경은 조금은 황당한 설정이다. 거대제국 미국 대통령이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었고, 그가 감금된 장소에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납치된 것도 조금 놀랍지만 황당한 것은 이 미사일 기지의 점령으로 인해 미국의 우방인 일본이 겪게 되는 두려움이다. 테러리스트들이 목적지를 입력하고 미사일을 날린다면 그곳이 초토화되는 것은 맞지만 너무 과장되고 코믹한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마치 종말론에 빠진 광신도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설정이 마냥 코믹하고 과장된 것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옥상부를 결성하고 그들이 펼치는 활약은 처음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치기어린 활약이었다. 시간이 흘러가고 다른 사건들이 하나씩 엮이고 꼬이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먼저 시체 사진 한 장과 총을 발견한 후 킬러를 찾겠다고 의욕을 불태운다.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종말론적인 환경 속에서 태어난 벌신님 사건이나 육상부 미야세를 뒤쫓는 스토커 사건이나 아카네 동생의 폭행 사건이 일어난다. 각각 독립적인 사건처럼 하나씩 완결되었기에 역시 고등학생들의 유쾌하고 즐거운 청춘 미스터라란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이 사건들이 거대한 배후를 가지고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한다. 물론 이 연결이 완성되는 것은 책 마지막에 와서이지만.
청춘물에서 늘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이런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그대로 놓아두는 부모다. 아카네의 부모는 동생이 록 음악을 하는 것을 방임하고 오히려 격려한다. 큰 틀에서 문제가 없다면 아이들을 자유롭게 키운다. 이 자유가 너무 많아 순간적으로 아카네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나름 그것을 잘 즐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아카네와 묘한 관계가 형성되려는 쿠니시게의 부모도 특이하다. 한 번도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엄마는 좀비 영화를 연애영화라고 말한다. 아버지도 역시 러브호텔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아르바이트 시키고 억압을 크게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둘이 사건의 중심에서 힘차게 돌아다닐 수밖에 없다.
심각한 사건도 발생하지만 기본적으로 설정과 캐릭터가 주는 재미로 가득하다. 특히 캐릭터는 네 명의 주인공과 그 가족 외에도 곳곳에서 보인다. 킬러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다. 모든 사건이 나중에 그와 연결되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숨은 주인공이 그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살인 대상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나 시간 여유를 주는 것과 오해를 하는 것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재미다. 이 능력 있지만 조그마한 실수가 많은 킬러를 주인공으로 한 편의 소설을 쓴다면 어떨까?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한 번도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쿠니시게의 어머니는 다음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등장할지 의문이다. 뭐 이 소설이 시리즈로 나올 때 이야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