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파크 Nobless Club 22
김지훈 지음 / 로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로크미디어 노블레스 클럽의 스물두 번째 소설이다. 이 시리즈 작가들은 거의 모두가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을 낸 전력이 있다. 그런데 작가 소개에는 그들의 작품 소개가 많이 빠져 있다. 이번 소설의 작가 김지훈도 역시 다른 작품에 대한 소개가 없다. 요즘은 거의 잘 읽지 않지만 예전에 판타지나 무협을 열심히 읽었고 문피아를 열심히 돌아다니 전력이 있다. 그런데도 신인작가라고 착각할 정도다.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다. 이 아쉬움은 이 시리즈가 주는 재미 때문에 더욱 크게 다가온다.

<크레타 파크>는 무협에 판타지에 SF를 섞은 것이다. 주인공 렘지의 엄청난 능력은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에서 자주 본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협이나 판타지는 한국 것을 말한다. 처음에 책 소개 글에서 백 명의 사람과 백 가지의 사랑을 말할 때 연애소설인가 하고 착각도 했지만 이 시리즈를 생각하면서 다른 기대를 했다. 엄청난 속도감으로 읽히고 재미를 주면서 이 기대는 충족되었다. 당연히 이 작가의 다른 작품에 관심이 갔다. 맞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위시리스트에 담아뒀다.

렘지가 영국의 조그마한 마을 도서관 앤티크에서 책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국이란 지명 때문에 고대나 이계 판타지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경찰과 로커가 등장해 가까운 미래가 시대적 배경임을 알려준다. 이런 정보를 가지고 몇 장 읽지 않아 렘지가 분명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데 자신은 평범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한다. 이런 착각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활약을 생각하면 조그마한 에피소드 중 하나 일뿐이지만 유쾌하고 즐겁다.

렘지의 정체는 전직 영국 특수부대 소속 전투요원이다. 사실 현대물에서 그가 가진 능력을 보여줬다면 말도 되지 않는 판타지나 SF소설로 치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성격을 알기에 그냥 넘어간다. 사실 무협 등을 즐겨 읽은 나에게 이런 능력은 뭐 특별한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 서부극 <셰인>을 좋아하는 나에게 렘지가 보여주는 모습은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다만 셰인이 큰 한 방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 반면에 렘지는 자주 출동하여 사건을 해결하지만 말이다. 물론 이런 잦은 출동이 재미와 읽는 속도를 높여 준 것도 사실이다.

백 가지 사랑은 단순히 남녀의 연애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 타국에서 열심히 돈을 벌지만 그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죽었다면 어떨까? 자신의 아이가 살해당하고 가슴이 도려진 여자가 벌이는 살인은 절망이 만들어낸 사랑의 또 다른 형태다. 사랑했지만 그 사랑만으로 살지 못하고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는 사연은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랑과 집착이 공존하면서 존재로서의 사랑보다 소유욕을 더 앞세운 사랑은 참혹한 사건을 만든다. 사랑하지만 조그마한 다툼으로 귀여운 사랑을 만들어 가는 커플도 등장한다. 이렇게 보면 아주 이상해서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는 문구가 맞다. 하지만 사랑이야기는 렘지의 활약을 돋보이기 위한 하나의 장치다. 

강화인간이니 파이트머신이니 투명인간 같은 은폐술이니 메탈실리콘이니 하는 것은 SF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끈다. 물론 그 중심엔 렘지가 있다. 가독성, 속도감, 가끔 나오는 유머, 신랄하지만 정도가 심한 것 같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비판 등이 어울려서 정신없이 읽게 한다. 재미있다. 하지만 이런 재미를 빼고 나면 역시 아쉬운 점이 많다. 앞에 나온 설정이 뒤로 가면서 바뀐다거나 어딘가에서 본 듯한 캐릭터라거나 너무 황당한 것 같다거나 하면서 말이다. 수많은 에피소드와 렘지의 활약보다 더 마음속에 와 닿은 것은 렘지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마지막 대사다. 그리고 혹시 렘지의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듀크, 유진, 비앙카, 가디언 반장 등을 더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낯익고 친숙한 캐릭터이기에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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