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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하자키 시리즈 3권 중 마지막 권이다. 이번에는 내륙이 아닌 섬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하자키 마을 앞에 있는 네코지마란 섬이 무대다. 이 섬은 특이하다. 가로 질러도 500미터가 되지 않는 조그마한 섬인데 고양이 때문에 유명해졌다. 인구는 30명 정도인데 고양이는 백 여 마리가 있다. 고양이 천국으로 불리는데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너무 많은 번식을 염려한 탓인지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 탓인지 이 섬에 고양이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온다. 섬사람들은 섬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것을 막지만 몰래 들여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조그마한 섬에 놀랍고 신기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시 등장한 고지마 반장은 반갑다.
첫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고테쓰가 여자를 꼬시려고 데리고 간 해변에서 발생한다. 그들이 발견한 시체와 칼이 처음부터 살인사건이 발생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시체는 고양이 박제품이다. 약간 김이 빠지는데 아내와 섬에 놀러온 고지마 반장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다. 네코지마 임시파출소에 근무하는 순경 나나세와 함께 단서를 찾아 섬을 돌아다닌다. 그가 들쑤시고 다니는 와중에 섬마을 사람들이 하나씩 나오고, 그들의 삶이 조금씩 밝혀진다. 이런 전개를 통해 각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잘 드러나고, 조그마한 단서가 하나씩 나오게 된다.
이번 시리즈는 많이 웃었다. 소소한 이야기가 흘러가는 도중에 나오는 나나세의 행동과 상황들이 웃게 만든다. 시리즈를 읽으면서 두 번째 작품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부터 등장인물의 개성이 주는 재미를 많이 느꼈는데 이번에는 아주 크게 느꼈다. 수학여행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쿄코와 고테쓰, 은행을 그만두고 섬으로 온 데쓰야와 그의 아내이자 신관의 손녀 미사, 뭔가를 숨기는 것 같은 신관과 곤타, 포르노소설 번역가이자 고양이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시케코와 슬로우 라이프를 외치며 민박집을 손수 고치는 아카네, 누구보다 활약이 두드러진 나나세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일상적인 삶으로 미스터리를 만들고, 예상하지 못한 살인 등으로 충격을 받지만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만든다.
첫 번째 사건이 고양이 박제 때문에 생긴 소동이라면 거기에 숨겨진 사건은 다르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는 고지마 반장이 가진 또 다른 알레르기가 빛을 발한다. 그것은 마약 알레르기다. 보통 때 같으면 고양이 박제 사건을 무시하고 지나갔겠지만 마약은 다른 문제다. 그리고 이 섬에는 또 하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네코지마 하우스 민박집 할머니의 시동생 고지로와 관련된 18년 전 3억 엔 강탈 사건이다. 범인들이 타고 있던 차가 경찰과의 추격전 끝에 폭파하여 돈이 모두 타버렸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섬 어딘가에 남은 돈을 숨겨두었을 것이란 소문이 은연중에 돌고 있다. 미사의 남편 데쓰야가 이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둔다.
황당한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그것은 마린바이크를 타던 중에 섬에서 떨어진 사람과 충돌하여 죽은 사건이다. 떨어진 인물은 마약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구와하라 모헤이다. 그는 전직 마약 거래상이었고,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인물이 네코지마에 온 것부터 수상하다. 네코지마의 인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3억 엔 강탈사건이 연결되면 다르다. 이렇게 이 소설은 조그마한 소동에서 시작하여 황당한 사건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살인사건으로 연결된다. 이 연결이 자연스럽고, 그 사이사이 고지마와 나나세 콤비가 펼치는 활약은 웃음과 함께 사건이 지닌 의미를 파악하게 만든다.
불과 얼마 전에 이 시리즈 두 권을 읽었는데 세부적인 내용이 가물가물하다. 나의 이 암울한 기억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반가운 인물들이 한 명씩 나온다. 직접 연관성을 가지고 등장하지 않고 카메오처럼 나오지만 반갑고 재미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짧은 기간을 다룬 것이 아니라 상당히 긴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또한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 중 하나다. 또 섬에 사는 고양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느긋하지만 고지마의 알레르기와 결합하면서 더 큰 웃음을 유발한다. 전작처럼 고지마 반장이 모든 사실을 다 밝히지 못하고 반전 같은 비밀이 변함없이 흘러나온다. 일상이 그대로 살아있는 이야기 속에 펼쳐지는 이 미스터리 시리즈가 마음에 든다. 이번으로 끝이라니 정말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