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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7일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요즘 많이 방송된다. 연출과 대본과 편집에 의해 어느 정도 각색이 되겠지만 점점 강도가 강해진다.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완전한 상업화가 덜 되어 조금 강도가 약한 부분이 있지만 가끔 케이블에서 방송하는 리얼리티 방송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나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순간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강도가 강할수록 시청자의 눈을 끈다. 나의 이성보다 감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작용을 이 소설은 아주 잘 포착하고 표현했다.
<24시간 7일>은 한 케이블 방송사가 기획한 프로그램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은 바사 섬에 628개의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여 12명의 출연자를 24시간 감시한다. 동시에 각 개인별 임무가 주어지고 시청자의 투표로 탈락자를 결정한다. 우승자에겐 2백만 불과 평생 원하던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각의 출연자는 돈과 명예와 개인의 바람을 가지고 이 방송에 출연한다. 그런데 방송 첫 날 사고가 발생한다. 12명의 출연자를 제외한 모든 스텝들이 죽는 것이다. 그것도 강력하게 설계된 에볼라 바이러스에 의해 거의 동시에 말이다. 이제 방송은 정말 생존을 위한 것으로 변한다. 이 모든 사건의 주재자 컨트롤에 의해서 말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당연히 출연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 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응과 접근이다. 출연자 중 여주인공은 다나 커스틴이다. 그녀는 학창시절 한때의 사랑으로 임신한 후 소위 말하는 인생이 꼬인 경우다. 거기에 태어난 딸은 근육퇴행위축증을 앓고 있다. 그녀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길 원했던 것은 바로 2백만 불이란 거액도 있겠지만 평생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바람은 딸 제나를 이 병에 대해 신약을 개발하고 임상 실험하는 스위스로 보내는 것이다. 그녀는 최종심사에서 탈락했다. 그런데 출연예정자 중 한 명이 아파 대타로 방송에 참여한다. 지옥 같은 7일 간의 생존 게임에 그렇게 마지막으로 참여한다.
섬 밖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터커 손이다. 그는 보도기자가 되길 원하는 사진기자다. 죽었다고 알려진 폭탄 테러범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죽을 뻔한 인물이다. 노조에게 경고까지 받지만 행운이 찾아온다. 사랑했던 여자의 아버지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다. 그가 바로 이 사고로 생긴 정부 태스코포스에 참여한 셔먼 로릭 박사다. 그의 전문분야는 테러범과 인질상황이다. 컨트롤이 원하는 것을 역이용할 목적으로 그가 선택한 인물이 바로 터커다. 그런데 이 선택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게 만든다. 그것은 터커가 지닌 능력과 상황들 때문이다.
작가는 프로그램과 함께 설정에 많은 공을 들였다. 고립된 섬과 정해진 시간에 발병하는 바이러스 병을 설정하여 그들을 구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너무나도 강력하게 설계된 바이러스는 거의 정확한 시간에 감염자를 죽음으로 내몬다.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 때문에 소설 속에선 강력한 조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방송 카메라들이다. 처음엔 그들의 24시간을 촬영하여 편집본을 내보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으로 24시간 생중계가 가능하다. 628개의 카메라와 참여자들 목에 걸린 개별 목걸이 카메라까지 포함하여 그들의 생활이 모두 노출된 것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중계되고, 그들을 본 시청자는 투표로 탈락자를 결정한다.
투표는 간접적인 참여방식이지만 이 소설에선 가장 강력한 간접 살인 수단이다. 투표를 세밀하고 분석적으로 그려내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자신들이 살리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혹은 죽이고 싶은 사람을 위해서 그들은 쉴 새 없이 번호를 누른다. 이성이 사라지고 감성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은 다시 방송사가 이 사건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가 다시 이 프로그램 하이라이트를 그대로 방송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에서 잘 드러난다.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시위자들이 그 시간엔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이것은 터커가 잠시 고민한 것과 연결된다. 네트워크가 다른 사람의 불행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어도 되는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사실 대부분의 매체들은 대형 사건, 사고로부터 수익을 얻는다. 우린 이미 관음증 환자이자 중독자들인 것이다.
엄청난 속도감으로 읽히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지닌 위험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조금 현실과 맞지 않는 설정이 눈에 들어오지만 사건 전개에 필요한 것들이다. 누가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인가와 컨트롤의 정체가 누군지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불러온다. 뭐 생존자야 정해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존이 얼마나 험한 과정을 겪을지,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작가는 아주 세밀하게 구성하였고, 현재와 미래의 리얼리티 방송이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보여준다. 마지막 장면은 지극히 할리우드 방식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