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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 마음을 여는 신뢰의 물 ㅣ 위즈덤하우스 한국형 자기계발 시리즈 3
박현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마중물은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을 말한다. 사실 이 단어를 한자로 생각하고 뭔 뜻일까 고민했다. 순우리말 마중하는 물로 풀어내면 될 것을 말이다. 이것은 점점 우리말을 잃어가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좀더 공부해야 할 부분이다.
<배려>, <경청>을 잇는 3부작 완결판이란 말에 모두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했다. <배려>의 작가가 한상복임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읽으면 책 광고를 보고 그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배려>가 소설 형식을 취하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아마 그 기억이 착각도 불러오고, 이 책을 읽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소설 형식을 가진 자기관리 및 처세술 책이다. 최근에 이런 형식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겐 딱 읽기 좋다. 아마 기존 처세술 책에 실망한 사람이나 그 딱딱함이나 약간은 강압적인 분위기에 질린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형식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설로는 큰 완성도가 없다. 단지 작가가 처세술이나 자기관리 등을 위한 목적에 부합되게 구성하고 풀어내면서 쉽고 빠르게 읽힌다. 이런 장점이 이런 형식의 처세술 책들이 나오는 모양인데 그것도 어느 정도 작가의 필력이나 구성이 뒷받침될 때 이야기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정수기 회사다. 그 회사의 사장인 류 사장이 쓰러지면서 RPG게임처럼 그 아들 류신이 아버지가 남긴 암호를 하나씩 풀어내는 구성이다. 그 사이사이에 힘겨운 현실이 펼쳐지고, 아버지의 과거를 조사하면서 암호를 풀어낸다. 약간의 게임소설 형식에 미스터리를 가미했다. 덕분에 재미와 호기심을 불러온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결국은 신뢰에 대한 이야기다. 그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제목인 마중물이다. 왜 이 마중물이 의미가 있을까? 그것은 책 중간에 하나의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그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믿음이 결코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자 생존임을 말이다.
누군가에게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는 이 과정을 비교적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류 사장이 쓰러진 후 회사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 말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어쩔 수 없이 머무는 사람의 현실도 그대로 드러낸다. 물론 이런 설정들이 신뢰의 힘을 극대화시킨다. 읽으면서 신뢰의 힘을 믿지만 현실로 눈을 돌리면 다르다. 신뢰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권모술수와 거짓과 이기심이 판치는 사회에서 신뢰만으로 그 높은 파도와 단단한 담을 넘을 수는 없다. 하지만 믿고 싶다. 아니 그런 회사에 다니고 싶고, 그런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다니고 싶고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아니라 나 자신이 과연 그들을 신뢰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남 탓을 부쩍 많이 하는 요즘에 약간은 도식적이지만 마음 한 곳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었다. 조그마한 발걸음을 앞으로 한 발 내딛고 실행으로 옮긴다면 나의 발전이 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그 신뢰가 반드시 보상을 받지 않는다 하여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