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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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은 지 2주가 넘었다. 서평을 쓰려고 마음먹었지만 몇 가지 구성과 인상만 간단히 머릿속을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점점 쓰는 것을 미뤄두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느낌을 적어나갈 것인가 몇 번을 생각했지만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리면서 기억과 스쳐지나간 감상에 집중해보자고 생각했다. 조금은 다른 사람들의 평이나 책 소개에 기대어서 말이다.

모두 열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 그림이 들어간 장은 모두 여섯이다. 여섯 그림은 이야기와 별개의 것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들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이 소설 대단히 에로틱하고 페티시하다. 어느 장면은 너무 노골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순간도 있다. 멋진 엉덩이에 집착하는 리고베르토 씨의 행동 속엔 페티시즘이 보인다. 그의 이런 집착은 첫 그림 설명 속에서 잘 드러난다. 뭐 덕분에 그가 다른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생기지 않는 좋은 일이 있지만 말이다.

재혼한 루크레시아에게 하나의 근심이 있다. 그것은 리고베르토의 아들 알폰소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폰소가 편지 한 장을 보냈다. 생일 축하 편지다. 편지에 감동한 그녀가 늦은 밤 그의 방을 찾아간다. 이 둘의 만남이 보통이라면 화기애애하고 기쁨으로 충만해야 하지만 알폰소의 행동 하나가 그녀로 하여금 의문을 잠기게 한다. 이 행동들은 새엄마를 찬양하는 것인데 뒤로 가면서 노골적인 유혹으로 바뀐다. 이 속에 숨겨진 욕망과 뒤틀린 감정은 이 소설이 단순한 포르노그래피가 아님을 알려준다.

이번 소설은 단숨에 읽었지만 쉽게 몰입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많지 않은 분량과 에로틱한 장면이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면 은유와 풍자가 뒤섞인 장면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게 만들며 몰입을 방해했다.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입에 발린 거짓으로 사람을 유혹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어쩔 수 없는 일이나 변명으로 욕망을 정당화시키는 모습은 역설적이지만 지독하게 인간적이다. 내적 갈등이 욕망에 손을 들고,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은 도덕의 탈을 쓴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겉으로 욕할지 모르지만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일이다. 

사악한 아이 알폰소의 나이가 몇 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아이로 불리지만 그의 심리와 행동은 결코 어리지 않다. 마지막 장에서 펼쳐지는 은밀한 요혹은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정보들이 다음 이야기 <리고베르토 씨의 비밀노트>에 나올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욕망에 솔직한 리고베르토 씨의 규칙적이고 강박적인 행동들은 살짝 남의 비밀을 엿본 듯한 재미를 준다.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사의 다른 작품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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