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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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런던의 멸망 후 톰과 헤스터의 새로운 모험담이다. 이번엔 얼음썰매를 타고 움직이는 앵커리지란 도시가 무대다. 전작처럼 한 곳에 머물며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지만 이야기의 중심엔 앵커리지란 도시가 있다. 이 도시는 시장 선출 제도가 아닌 왕위 세습제가 이어지는 곳이다. 이 도시의 여왕은 십 대인 프레야다. 병으로 부모들이 죽은 후 어린 나이에 일찍 여왕이 되었다. 그 도시는 전염병 덕분에 시민이 많지도 않다. 허울뿐인 여왕이다. 하지만 긴 세월을 이어온 제도와 관습과 예절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인구가 겨우 50명 정도인데도 말이다. 바로 여기서 재미있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생긴다. 작가의 재미있고 기발한 상상력이 힘을 발휘한다.

여왕 프레야. 그녀는 어리다. 허울뿐인 여왕이지만 한 도시를 책임져야 한다. 형식적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도시가 갈 곳을 정한다. 이 결정은 인구가 많지 않은 앵커리지를 새로운 모험으로 몰아간다. 그리고 이 도시는 뛰어난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엔진과 오랜 세월 모아둔 부는 다른 약탈 도시들이 탐 낼만 하다. 그중 한 곳인 아크에인절은 앵커리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걸 정도다. 처음에 이곳을 방문한 주인공 둘은 이런 홍보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다. 성장하는 그들과 외모에 자신을 가지지 못하는 헤스터가 있는 한은 말이다.

이번 작품은 이 두 주인공들의 흔들리는 감정과 성장을 다룬다.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이 거의 없는 도시의 여왕인 프레야.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헤스터. 이 둘 사이에 잠시 방황하는 톰. 각자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이들의 오해와 욕망이 뒤섞이고, 분노와 질투는 이성을 마비시킨다. 이 때문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질투와 소유욕에서 비롯한다. 톰을 자신의 남자로 다시 만들기 위해 헤스터는 앵커리지의 정보를 아크에인절에게 알려준다. 단순할 것 같은 이야기가 여기서 다시 한 번 꼬이기 시작한다.

전작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명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이번도 마찬가지다. 현대에 대한 은유와 풍자가 곳곳에 스며있고, 멸망 후 세계에 대한 거대한 상상력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특히 엉클로 불리는 도둑들의 두목과 그가 다스리는 도시는 이 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이 엉클은 훔친 아이들의 왕으로 군림하면서 탁월한 기술과 정보로 도시들의 부를 몰래 훔친다. 그의 명령은 아이들에게 절대적이고, 그의 명령을 받은 아이들은 잠수함 같은 것을 타고 도시에 몰래 붙어 물건을 훔친다. 앵커리지에 붙어 도둑질하던 카울이 세 남녀의 사랑에 관심을 가지고 살짝 끼워들던 그 순간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엔 허풍선이 교수가 한 명 등장한다. 님로드 페니로얄 교수다. 역사학자로 불리길 바라지만 그의 저작들은 모두 상상력의 산물이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그 시대에 소설 같은 재미를 주는 그의 작품과 명성에 매혹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들 중 두 명이 바로 톰과 프레야다. 톰과 프레야는 그를 만나는 순간부터 매혹된다. 이 매혹은 앵커리지를 새로운 모험으로 이끄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 매혹의 중심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다. 역사 속에 실존했던 대륙이지만 다시 아메리카 대륙은 꿈과 희망이 살아있는 신대륙으로 변한다. 

전작에서 깔아놓은 이야기와 새로운 상황과 설정들이 엮이면서 즐겁고 재미난 이야기로 가득하다. 시리즈 앞부분이라 궁금한 점이 많은데 다음 이야기를 벌써부터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엉클이 다스리는 도시에서 벌어지는 조그마한 사건은 빅 브라더를 연상시키고, 인간 속에 감춰진 사악한 욕망을 그대로 표출한다. 변함없이 살인에 주저함이 없고, 외면하고 있던 본성은 뒤로 가면서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전작에서 낯선 세계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동화된다. 질투와 오해와 사랑으로 빚어진 사건은 두 갈래 진행으로 다양한 즐거움을 주고,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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