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는 언제까지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
가와카미 겐이치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장르가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 스포츠, 성장, 청춘 소설들이 하나로 엮여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닌 과거란 점이다. 그것도 비틀즈의 <플리즈 플리즈 미>가 나왔던 그 때다. 왜 비틀즈 노래를 말하느냐고? 이 소설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노래이자 변화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가 재미있다고 하는 것은 현재보다 그 시절이 좀더 순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컴퓨터 앞에서 몇 번의 클릭이면 볼 수 있는 것을 그 당시엔 상상력과 사진 등으로 채워야 했고, 아직 어른들의 권위와 폭력이 노골적으로 성행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소설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주인공 가미야마의 학교생활과 야구부 활동이 전반부라면 후반부는 가미야마가 도와다 호수에 가서 겪게 되는 첫사랑과 조그마한 모험들이다. 개인적으로 전반부는 분노하면서 읽었고, 뒷부분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아기자기하면서 파릇파릇한 사랑 이야기로 즐거웠다. 왜 앞부분에 분노했냐면 학교와 선생들의 횡포 때문이다. 물론 중3 남학생들의 어설프고 열정 가득한 시간들이 주는 재미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들의 순수한 열정을 짓밟는 학교의 행동은 최근에 학교와 선생을 생각할 때 가장 많이 느낀 점을 그대로 표현했기에 더 분노했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 앞의 말을 뒤집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용기 내어 이 부당한 행위에 저항하고 자신들의 열정을 부르짖는 가미야마 등의 행동을 보면서 속으로 박수를 쳤다. <부디 부디 나>가 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질 때는 헐크처럼 변하는 그를 기대하게 만든다.

<부디 부디 나>는 <플리즈 플리즈 미>를 가미야마가 번역한 것이다. 그는 3루수로 공은 잘 잡지만 불안감 때문에 송구를 제대로 못할 정도로 소심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미군 방송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이 노래 때문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변한다. 늘 주눅 들어 있던 그가 친구 앞에서 이 노래를 자신 있게 부르고, 마음속으로 이 노래를 부르면 용기가 샘솟는다. 마을에서 처음 그 노래의 가치를 깨닫지만 이미 세상은 비틀즈로 인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소심함이 사라진 그는 주전으로 성장하고, 팀은 승승장구한다. 그리고 교사들의 부당한 행위가 이어지고, 이에 학생들은 조그마한 반항을 한다. 전반부 마지막에 이 노래는 다시 자유를 표출된다.

도와다 호수로 가미야마가 간 것은 아주 불순한 의도다. 친구가 그곳에서 여자들이 가장 많이 처녀를 버린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중3 학생이 혹시 자신도 섹스를 할 기회를 누릴지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품고 간 것이다. 그것도 홀로 말이다. 거의 노숙을 하면서 그런 기회를 노리지만 작고 멋없는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없다. 그러다 새벽에 호수에서 나체로 수영하던 여자를 발견한다. 그녀가 바로 사이토 다에다. 전학생이고, 음악 시간에 노래도 부르지 않고, 영어 점수도 나쁘고, 얼굴에 조그마한 흉터가 있는 소심한 그녀 말이다. 그녀는 호숫가 호텔에서 아르바이트 중이다. 이 만남은 성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그를 순수한 첫사랑의 길로 인도한다. 만나고 헤어지면서 두근거리고, 상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서로에게 강한 인상을 받았던 순간들과 사랑의 고백하고, 상대를 지켜주기 위해 용기를 내는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년은 자라고 성장한다.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가끔 이 성장을 앞당기고 싶다. 무리하게 앞당기면 부작용이 생긴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놓아두면 쌓여가는 시간들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학창시절. 친구들. 선생들. 즐겁고 재미있고 웃겼던 일들. 슬프고 무섭고 분노하고 괴로웠던 일들. 첫사랑의 열정과 순수함. 이별의 아픔과 또 다른 만남. 이런 기억과 추억 속에서 뽑아내고 엮어낸 이야기는 작가의 손길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이 이야기는 그런 점에서 좋은 작가를 만났다. 약간 전형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재미나 가치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학창시절의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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