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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킬러 덱스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4
제프 린제이 지음, 김효설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덱스터가 돌아왔다. 그것도 유부남으로 말이다. 연쇄살인범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의 활약이 이번에도 펼쳐진다. 그런데 그가 리타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왠지 모르게 약해진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이 메마르고 이성에 의해 감정을 연기하던 그가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변한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본다. 지켜야 할 것이 생기면 좀더 조심하게 되고, 약점이 생기고, 적들은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기는 위협은 덱스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로 확대되고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파리 신혼여행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덱스터에게 파리는 따분한 공간일 뿐이다. 리타가 즐거움과 기쁨으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때 그가 그리워하는 것은 마이애미의 밤거리다. 자신 속에 있는 검은 승객과 함께 죽일 대상을 물색하고, 끔찍한 살인으로 욕망을 채우고 싶어 한다. 물론 파리에서도 가능하지만 그곳은 정보도 없고, 능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다 떠오른 명소가 모르그 가란 것은 그의 따분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신혼여행은 기한이 있고, 그리워하던 마이애미로 돌아온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온 첫날 끔찍한 시체가 그를 기다린다. 해변 가에서 뱃속에 내장 대신 과일바구니를 채워 넣은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이것이 단 한 구라면 문제가 없을 텐데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시체들은 보기 좋은 모양을 전시된 것처럼 꾸며졌고, 덱스터 속의 검은 승객은 이 시체들을 보고도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연쇄살인사건 담당형사가 된 데보라는 덱스터의 정체를 이미 안 상태고, 그에게 사건을 해결할 단서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그리곤 단서를 찾아 그녀는 덱스터와 함께 현장을 돌아다니고, 관광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용의자를 방문하던 중 칼에 찔린다. 그녀의 생명은 위태로워지고, 덱스터의 이성은 감정에게 자리를 살짝 내준다.
이번 소설은 이미 파리 신혼여행에서 단서를 살짝 흘려놓았다. 그 단서는 이번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단서를 따라 가다가 만나게 되는 하나의 동영상은 덱스터를 불안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데보라를 찌른 범인이 풀려난 후 그가 저지른 살인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이 영상을 따라가서 만나게 되는 사실들은 끔찍하고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범인이 보여준 영상에서 그의 가족의 위험이 드러난다. 덕분에 시리즈 속에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덱스터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하는 호기심을 낳게 한다.
덱스터. 그는 강하다. 착하고 성실한 혈액분석가란 겉모습을 치워내면 냉정하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연쇄살인범이 나타난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이 반영웅이 얼마나 매혹적이었는지 모른다. 분명히 악을 법의 신판으로 물리쳐야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그가 보여준 거침없는 살인은 가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욕망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작가가 선 대 악이 아닌 악 대 악의 대결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독자 속 검은 승객을 살짝 깨우게 만든다.
이번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가족은 무겁지만 낯익은 소재다. 데보라가 덱스터 정체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것이나 덱스터가 리타에게 계속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하는 현실이 모순적으로 펼쳐진다. 아직 그의 정체를 둘러싼 갈등을 덮어두고 펼치지 않았지만 시리즈가 계속되면 반드시 전면에서 부각될 내용이다. 그리고 리타 아이들의 성장과 활약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특히 코디의 말과 행동은 작은 덱스터나 다름없다. 이 아이들과 리타와 데보라로 이루어진 가족이 그를 어떤 식으로 변하게 할지 상상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약간 무뎌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