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수업
아니샤 라카니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 교육계를 이야기할 때 사립학교는 빠지지 않는 주제다. 늘 공교육이 무너진 미국의 현실을 보면서 놀라곤 했는데 최근 한국도 그런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아니 이미 무너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미국 교사의 급여수준이다. 교사의 급여가 청소부보다 적고, 방학이나 평소에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라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더 놀란다. 이런 사실을 들으면서 왜 미국의 학력이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부모들이 공립학교를 배척하고,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단순히 안전문제만이 아님을 생각할 때 우리가 특목고에 열광하는 것과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미국 대학을 이야기할 때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많은 수의 학생을 부유층 자녀들의 기부입학으로 재정을 튼튼하게 하고, 그 돈으로 각 지역을 뛰어난 학생을 장학생으로 뽑아 학교의 이름을 떨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버지가 아이비리그 출신이면 그 자식도 아이비리그를 나와 부를 대물림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소위 말하는 상류층으로 군림한다. 이런 현실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이 된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하고, 졸업하여 자신이 물려받은 부와 권력을 유지하기 바라는 것이다. 작가는 이런 현실의 일부만 소설 속에서 빠르게 진행하면서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한국도 이미 상위 몇 개 대학에서 강남 부유층 출신을 우선적으로 선별하고 있는데 이것과 겹쳐지는 느낌이 든다.

소설은 참된 교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애나의 일 년을 담고 있다. 그 일 년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시간이다. 뛰어난 사립학교 랭던홀에 채용되었을 때만 해도 그녀의 신념은 순수하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첫 수업 후 그녀가 겪게 되는 수난은 현실에 대한 무지와 열정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숙제를 많이 내주었다고, 말도 없이 퀴즈를 내었다고 학부모들이 불평과 비난이 쇄도한다. 아이들 또한 수업에 대한 열정이 없다. 그러다 보게 되는 과외수업을 하는 랜디의 모습은 그녀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고, 이를 바로 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도는 그녀의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되돌아오고, 그녀는 현실에 굴복한다.

과외에 대해 굴복했지만 그녀가 게임처럼 만들어가는 수업은 학생들의 열정을 자극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대성공이다. 하지만 이 성공이 오히려 부모들에게 불만과 불안을 가져다준다. 아이들이 밤늦게 몇 시간이고 이 수업준비에 집중하는 것이다. 다시 불평과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일자리를 걱정하는 그녀는 신선한 수업 방식을 접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과외에 대한 유혹이 다가온다. 월급 1800달러에 집세 1200달러를 내고 나면 생활이 어려운 그녀에게 시간당 200불은 너무나도 강한 유혹이다. 이제 그녀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고, 그 돈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과외 때문에 부족한 수업준비를 자습이나 도서관 보내기 등으로 채운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이런 변신이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열광하게 만들고 인기를 더 높이게 한다.

본업보다 아르바이트가 더 많은 수입을 가져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소설은 그런 상황을 설정하고, 무너진 학교 교육의 풍경을 그려내면서 부유층의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고가 브랜드로 온 몸을 휘감고 다니고, 손에선 최신 기기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며 계속해서 움직인다. 자식에 대한 무한 신뢰는 비판이나 비평을 용납하지 않고, 달콤한 이야기만 요구한다. 숙제는 과외교사가 대신하고 그들은 점수만 받는다. 혹시 몇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써야 하면 부모들은 온갖 이유를 붙여 아이들이 왜 책을 읽을 수 없는지 말한다. 그 덕분에 과외교사들은 천 불 이상의 수입이 생긴다. 이제 모든 시간은 과외로 돈을 벌기 위한 것으로 바뀌고, 본연의 임무는 뒤로 밀린다. 

미국 사립학교의 이면과 사교육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는 즐겁고 재미있다. 그 속에 담긴 풍자와 사실은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특히 마지막에 데미언이 말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선생들이나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해야 할 문제다. 현실이 비록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말이다. 할리우드적인 진행과 설정과 마무리지만 빠르게 잘 읽히고 몰입도가 높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물론 교육에 대한 비판과 현실에 대한 정확한 묘사도 그 재미에 한 몫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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