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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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은 대한민국의 욕망과 허영과 꿈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성공을 꿈꾸거나 성공한 사람들이 거주하고 싶어 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 하지만 그곳이 이렇게 변한 것이 불과 30여년 정도에 불과하다면 조금 놀랄 일일까? 지금도 가끔 전철이나 다른 곳에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의 강남이 예전에 얼마나 허허벌판이거나 볼 것 없는 농지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 급속한 변화가 바로 한국의 발전과정과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지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작가는 다섯 명을 통해서 한국 근현대사와 자본주의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각각 다른 위치와 입장에서 자신들의 삶을 사는데 그들이 충동하고 교차하는 곳이 바로 강남이다. 강남이란 공간에서 그들이 마주하지만 이들을 이어주는 인물은 박선녀다. 예쁜 얼굴 때문에 스무 살에 소위 잘나가는 롬 살롱 프리랜스로 활동하게 되고, 그곳에 정착하여 나름대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러다 재벌급인 김진을 만나 세컨드가 되고, 한 단계 올라선 부의 쾌락을 즐긴다. 이런 삶의 역정은 그 시대에 예쁜 여자가 가장 빨리 성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백화점의 붕괴는 이런 삶의 붕괴를 의미한다.

김진은 해방 후 친일파가 어떤 모습으로 변신하였고, 그들이 어떻게 이 시대의 주류로 생존하면서 기득권층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그가 보여주는 삶의 역정은 그의 전력과 맞물리면서 근,현대 정치사의 굵직한 사실들을 건드린다. 왜 해방 후 친일파가 유지되었는지. 그들이 미군정과 엮이면서 어떻게 자리를 유지했는지. 한때 친일파였다가 공산당이었던 박정희의 변절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술이 친일파들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해방 후 부의 축적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정경유착의 유산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정경유착이 영원하지 않고, 얼마나 허망할 수 있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복덕방을 통해 부를 축척한 심남수는 70년대 부동산 불패 현장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딱지와 미등기 거래를 통해 뻥튀기처럼 부풀어 오르는 땅값 상승과 고위층에서 흘러나오는 개발 정보를 통한 투기는 왜 우리가 부동산에 목맬 수밖에 없는지 보여준다. 업자들과 복부인들이 자전 거래를 통해 가격을 올리고, 그 거래에 막차를 타는 서민들의 비애가 너무나도 빠르게 진행된다. 자신들의 수십 년 치 소득을 쏟아 부어도 결코 살 수 없는 부동산을 생각하면 이들의 행위가 얼마나 부도덕한지, 반시장적인지, 많은 사회문제를 품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부동산 불패 신화 맹신의 결말에 대해서도 말이다. 심남수는 박선녀와 거의 반 동거 하다시피 한 인물이다.

홍양태는 박선녀가 나이트클럽을 운영할 때 만난 깡패 두목이다. 한때 전국을 휘어잡은 조양은을 모델로 했다. 그가 어떻게 성장하고 몰락했는지 시간의 흐름을 따라 보여준다. 이들의 성장은 결코 그들만의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 뒤에는 정권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비정하고 잔인한 조폭의 세계가 낱낱이 밝혀지는데 그 속에서 만난 조폭들의 동향과 권력과의 유착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들의 말년이 결코 화려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것을 보면 그들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동시에 적들의 급습이나 살해 위협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불안과 긴장 속에 살아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박선녀와 같이 붕괴된 현장에 매몰된 임정아는 사실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희망적인 인물이다. 그녀의 삶은 가난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매몰된 현장의 생존자라는 의미에서 희망의 빛을 본 것이다. 현실과 미래엔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박선녀의 호의를 거절하는 당찬 모습에선 굳센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그녀 집안의 과거를 통해 드러나는 일반 민중의 삶은 위정자들의 거짓과 위선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그녀 부모를 통해 드러나는 도시빈민의 삶은 지금도 현재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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